현대차그룹의 로봇 전문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다양한 산업 현장에 로봇 제품을 공급하며 시장 영역을 넓히고 있다.
28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사족 보행 로봇 ‘스팟’을 독일 시멘트 업체 ‘하이델베르크 머티리얼즈’에 납품하고 있다. ‘로봇 개’ 스팟은 시멘트 공장에 투입돼 건물 내부를 자율 이동하며 기계들을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 감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로봇 개는 위스키 숙성 창고에도 투입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글로벌 종합 주류 업체 바카디와 협업해 ‘스팟’을 활용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카디에 따르면 ‘스팟’은 스코틀랜드 국립제조연구소(NMIS)가 개발한 로봇 센싱 키트를 부착하고 위스키 숙성 창고 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에탄올 증기 농도를 감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시범 사업이 성공적일 경우 향후 다른 검사 작업으로도 활용이 확대돼 효율성 증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사족 보행 로봇의 역할은 국방 분야에서도 커지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네덜란드 국방부에 로봇 개 스팟 19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폭발물을 탐지하고 처리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인데 군 인력의 안전을 보호하고 작전 기동성을 높일 전망이다.
특히 국방 분야에서는 로봇 개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고스트로보틱스의 로봇 개 ‘비전60’은 실제로 미국·이스라엘·일본에서 기지 경계, 순찰, 수색과 구조에 쓰이고 있다. 영국에서는 위험지역 탐색과 물자 전달에 활용되며 인도에서는 정찰과 재난 구조에서 역할을 맡고 있다.
비전60은 임무 유형별 장비를 탑재할 수 있고, 손상 부품 복구와 수리가 가능하도록 부위별 분리가 가능하게 설계됐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2억4000만달러(약 3546억원)에 고스트로보틱스의 지분 40%를 인수하고, 유무인복합전투체계 개발 분야에서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로봇 전문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사족 보행 로봇 RBQ 시리즈는 지난달 ‘대한민국 올해의 10대 기계 기술’에 선정된 바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역난방공사 건설 현장에서 순찰 역할을 하는 로봇 개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사족 보행 로봇은 기술 개발이 완료된 수준으로 어디 쓰일지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험한 곳에서 수요가 많다”고 했다.
그는 또 “중국·미국에서는 이미 국방 분야에서 도입됐고 우리나라에도 곧 도입될 것”이라면서 “러-우 전쟁의 드론처럼 다음 전쟁에서는 로봇, 그중에서도 로봇 개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관건은 비싼 가격인데 가격이 낮아지면 충분한 수요가 있어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사족보행 로봇은 주행이 가능한 하나의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어떤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느냐에 따라 어떤 분야에 도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장성이 생긴다”라면서 “현재는 카메라, 센서 등을 달아 감시하거나 유해가스 감지 등 단순 작업에 많이 쓰이는 활용의 초기 단계”라고 했다.
그는 이어 “보행 관점에서 휴머노이드에 비해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으면서도 아직 이동 시 소음이 크고 추가 탑재 하중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등 하드웨어적인 개량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다.
한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버트 플래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정부와 함께 ‘국가 로봇 전략’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