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가 늘어날수록 일상 서비스 물가가 안정돼 내국인의 실질 구매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민자 유입이 내국인 근로자의 실질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의 ‘이민자 유입이 지역 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28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 대구, 대전, 부산, 인천, 포항, 화성 등 총 39개 주요 도시를 실증 분석한 결과, 이민자 유입 비율이 10%포인트 늘어나면 비교역재 가격은 0.598~0.645%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교역재는 음식업·미용·의료 등 주로 일상생활에서 흔히 이용하는 서비스 업종을 뜻한다.
이 같은 물가 안정 효과는 공공 서비스, 외식을 제외한 개인 서비스, 교육 서비스, 주택 임차료에서 두드러졌다.
이민자 비율이 10%포인트 늘어났을 때, 공공 서비스와 외식을 제외한 개인 서비스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각각 0.725%, 0.32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숙련 노동 공급이 늘어나면서 인건비 부담이 낮아진 결과로 분석된다.
이민자가 늘면서 수요 양태가 달라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민자 비율이 10%포인트 높아졌을 때, 교육 서비스와 주택 임차료·집세 CPI는 각각 2.67%, 2.15% 낮아진 게 대표적이다. 사교육 및 ‘학군’ ‘학원가’ 접근성이 좋은 집에 대한 수요가 내국인보다 낮은 이민자 특성 때문에 교육·주택 임차료 물가가 안정된 것이다.
이민자의 유입이 내국인, 특히 중·저숙련 내국인 임금 하락 등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민자들이 내국인이 꺼리는 낮은 임금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이민자 유입으로 중졸·고졸 이하 내국인 가구의 실질 구매력이 늘어났다고 산업연은 분석했다. 임금엔 큰 변화가 없는데 주택 임차료, 교육 서비스 등의 물가는 낮아져서다.
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유학생을 활용한 노동 공급 경로 다변화를 검토하되, 지역·산업별 이질성을 고려한 맞춤형 이민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내국인과의 경쟁 심화 등 예기치 못한 부작용 가능성을 후속 연구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