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석유화학 사업 구조 재편안을 제출한 기업들이 내년 1월 윤곽이 드러날 ‘대산 1호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다. 대산 1호 프로젝트에는 정부가 HD현대케미칼, 롯데케미칼 사업 재편에 어떤 지원책을 적용할지가 구체적으로 담길 전망이다. 다음 순서로 사업 구조 재편을 추진할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를 참고 삼아 내년 1분기쯤 최종 재편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2일 사업 재편안을 제출한 석유화학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일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대산 1호 프로젝트’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대산 1호 프로젝트 대상 기업인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은 정부의 자율 구조조정 로드맵에 가장 먼저 응답한 곳들이다.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합·감축을 골자로 하는 사업 재편 계획을 정부에 제출해 자율 구조조정 선례를 만들었다. 이런 노력을 고려해 충분한 지원책이 담길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이 제출한 사업 재편안을 기반으로 금융 지원, 세제 혜택, 연구개발(R&D) 지원 및 규제 완화를 포함한 전폭적인 지원 패키지를 검토하고 있다. 대산 1호 프로젝트는 현재 예비 심의 단계로, 내년 1월쯤 최종 승인이 날 전망이다. 채권 금융 기관은 현재 진행 중인 실사를 토대로 금융 지원 방안을 협의해 확정할 계획이다.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은 최종 사업 재편 계획서 제출 없이 현재 사업 재편안을 그대로 추진할 예정이다.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은 대산 1호 프로젝트 내용을 보고 내년 1분기 내에 최종 사업 재편 계획서를 제출한다는 구상이다. 대산 1호 프로젝트가 기업의 구미를 당겨야 울산, 여수 등 다른 산단의 구조조정도 탄력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대산 1호 프로젝트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정부가 기업에 어떤 부분을 지원해주느냐를 살펴볼 수 있다. 지원책을 토대로 우리 기업에 어떤 부분이 해당되고, 더 필요한지 정해 정부에 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내년 1월쯤 대산 1호 프로젝트가 승인되면 이를 기반으로 다음 단계를 준비할 계획이다. 전기 요금 인하, 세제 혜택, R&D 지원 등 방향성은 있지만,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유되지 않았다. 기업마다 사실 필요한 게 달라서 대산 1호 프로젝트 내용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석유화학 업계에서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꾸준히 제기한 만큼 대산 1호 프로젝트에는 관련 지원책이 담길 수도 있다. 다만 다른 산업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석유화학 산업의 사업 재편안 대부분이 기업 간 생산 시설이나 지분을 양도·인수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어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부담 관련 지원 방안은 포함될 가능성은 큰 상황이다.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에 따른 인센티브도 유력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산 1호 프로젝트에서 정부가 어떤 점을 고려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안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다른 프로젝트도 이른 시일 내 사업 재편 계획서가 마련될 수 있도록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월 정부가 설비 감축 목표로 270만∼370만톤(t)을 제시한 후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달 19일 자로 사업 재편안을 모두 제출한 상태다.
대산산단에서는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연 110만t) 폐쇄가 유력하다. 여수산단의 경우 LG화학과 GS칼텍스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LG화학 1공장(연 120만t)을 폐쇄하는 방안을 거론된다.
여천NCC는 가동 중단 상태인 3공장(연 47만t)을 폐쇄하고 여천NCC 1·2공장 또는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중 하나를 추가로 닫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