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 해군의 새로운 ‘골든 플리트’ 계획을 발표 모습을 듣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각) 차세대 해군 전략 ‘골든 플리트(Golden Fleet·황금 함대)’ 구상을 공식 발표하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이 초대형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장 빠르고 크며, 지금까지 건조된 어떤 전함보다 100배 더 강력한 배를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특히 트럼프는 황금 함대에 포함될 신형 호위함 사업 계획을 설명하던 중 ‘해군이 한국 회사 한화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한화를 콕 집어 직접 거론했다.

이날 트럼프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 해군 신형 호위함 사업의 주사업자로 선정된 미국 헌팅턴잉걸스(HII) 역시 한국 HD현대로부터 기술을 전수받는 등 협력 관계에 있다. 쇠락한 자국 조선업의 한계를 절감한 미국이 ‘속도’와 ‘기술’을 갖춘 한국 조선사들의 생산력을 해군 재건의 필수 요소로 받아들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래픽=백형선

◇트럼프가 구상한 황금 함대 프로젝트

트럼프가 이날 공개한 황금 함대 프로젝트는 미 해군을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짜는 대규모 전력 재편 구상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미 해군 함정에 대해 “낡고 녹슬었으며 보기에도 형편없다”고 수차례 비판했다. 그는 현재 미국 해군의 전력이 냉전 이후 축소된 조선 정책 등으로 쇠약해졌다고 보고 있다. 이미 중국 해군은 함정 수에서 2020년 350척으로 미국(293척)을 추월했다.

트럼프는 황금 함대를 통해 중국의 해군력 확장에 본격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황금 함대는 약 280~300척 규모의 유인 함정과 다수의 무인 함정을 결합한 신형 함대다. 현재 미 해군 전력의 구조와 운용 개념을 전면 수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황금 함대의 상징은 트럼프급 전함이다. 주포와 두꺼운 장갑으로 무장한 대형 주력 전투함인 ‘전함’은 한때 해군력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미국은 국내 조선업 쇠락 등으로 1994년 이후 전함을 건조하지 않았다. 현재 미 해군의 주력함은 배수량 약 9500t의 알레이 버크급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차세대 전함의 배수량을 최대 4만t까지 키우고, 전자기 레일건과 지향성 에너지 레이저 같은 미래형 무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전자기 레일건은 두 레일 사이에 흐르는 강력한 전자기력을 이용해 탄환을 발사하는 무기이고, 지향성 에너지 레이저는 레이저를 한곳에 집중시켜 목표물을 녹이거나 무력화하는 무기다.

트럼프는 “첫 전함은 곧바로 건조에 착수해 약 2년 반 내 진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대 25척 건조를 목표로 한다. 아직 미국 측에서 선종 구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황금 함대에는 이런 트럼프급 전함을 포함해 신형 항공모함, 신형 호위함, 유조선·수송선 등 지원함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함보다 위력 100배로…” 2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함정을 새로 건조해 미 해군 전력을 재편하겠다는 ‘황금함대’ 구상을 발표하자, 조선업계에서는 한화, HD현대 등이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미 해군의 uss아이오와함에서 주포를 발사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한·미 조선업 협력 ‘마스가’도 탄력

트럼프가 추진하는 황금 함대 구상에는 한국 조선업계가 직간접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선 역량이 부족한 미국으로선 속도전이 핵심인 황금 함대 건조에 동맹국 조선사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기술력과 생산 인프라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미 간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표에서 “지난주 해군이 새로운 급의 프리깃함(호위함) 건조 계획을 발표했다”며 “그들은 한국 회사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화가 지난해 인수한 필리조선소를 언급하며 “한화는 위대한 회사”, “위대한 조선소는 폐쇄됐지만, 다시 문을 열어 미 해군 및 민간 회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새 호위함은 미국의 최대 군함 조선업체 헌팅턴 잉걸스(HII)가 설계한 레전드급 호위함을 기반으로 건조될 예정이다. 미 해군은 지난 19일 헌팅턴 잉걸스가 2028년 진수를 목표로 첫 호위함을 건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헌팅턴 잉걸스가 호위함을 건조하는 주된 조선소가 되고, 다른 여러 조선소들이 추가 건조에 나서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화 필리조선소가 협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도 황금 함대 프로젝트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는 HII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는 HII와 지난 10월 협약을 맺고, 납기일을 단축하고 공정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다만 황금 함대 사업에 참여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잖다. 한화가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수년간 가동이 중단돼 있었고, 본격적인 군함 생산 능력을 회복하려면 설비 현대화와 인력 재훈련 등이 시급하다. 아직 시설인증보안(FCL·미 국방부의 군사 기밀을 취급할 수 있는 자격) 등 정부 인증도 남아있어 당장 군함 건조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황금함대는 아직까지 비전 수준에 가까워 한국 조선사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크고, 실제 사업화까지 정권 변화나 의회 예산 통과 등의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