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이 보유하고 있는 두산로보틱스 지분 중 일부(18.05%)를 9477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두산그룹은 최근 세계 3위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는데, 인수 대금 마련을 위한 절차다.

서울 중구에 있는 두산타워./두산

23일 두산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두산로보틱스의 지분 1170만 주를 9477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처분 목적은 ‘M&A(인수·합병) 투자 재원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 등’이다. 2026년 2월 27일을 매각 예정일로 정했다.

두산은 내년 주식을 처분한 후 주가수익스왑(PRS)을 국내 증권사와 체결하기로 했다. 기준 가격은 주당 8만1000원이며 계약 기간은 3년이다. 정산 시점에 증권사가 실제 지분을 매각한 금액과 기준 가격의 차액을 상호 정산하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PRS 계약 기간은 3년이지만, 합의에 따라 3년이 지나지 않아도 중도 정산이 가능하다. 지분 매각 이후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지분율은 68.11%에서 50.06%로 낮아지지만, 과반 최대주주 자격은 유지한다. 두산은 이번 매각 이외에 두산로보틱스 주식 추가 매각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SK실트론 인수전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두산은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M&A 대상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로, 시장에서는 이 지분의 가치를 약 4조원 수준으로 평가한다. 두산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1조2000억원 수준으로 현금 수혈이 필요했는데, 이번 두산로보틱스 지분을 일부 매각하면서 상당 부분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두산그룹은 이번 거래를 통해 반도체 산업에서 밸류체인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그룹 내 반도체 사업은 두산 산하에 있는 전자BG사업부, 자회사인 두산테스나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자BG사업부는 반도체 기판용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는 소재 사업을 담당하고 있고, 두산테스나는 반도체 후공정인 웨이퍼 테스트 전문 기업이다.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까지 포함하면 포트폴리오는 소재부터 후공정 테스트까지 산업 밸류체인을 확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