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돼 있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받으면서 그룹의 총수 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온시스템 편입으로 재계 순위가 20위권으로 상승한 올해를 성장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리더십 부재로 신성장 동력 발굴과 계열사 간 시너지 모색 등에 당분간 어려움을 겪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회장에게 징역 2년(횡령 1년 6개월, 배임 6개월)을 선고했다. 원심이 판결한 징역 3년(횡령 2년 6개월, 배임 6개월)보다 감형된 것이다. 다만 지난 5월 1심 선고 이후 구속 상태에서 항소심을 준비해 온 조 회장은 이번에도 법정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뉴스1

재계에서는 조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조 회장은 지난 5월 10일 창립 84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프로액티브(앞서서 주도하는) 혁신으로 대내외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가 새로운 질서를 만들자”며 신사업을 독려했지만, 같은 달 구속되면서 이러한 작업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에게는 올해가 특히 중요한 시기였다. 올해 1월 세계 2위 자동차 열관리 설루션 기업 한온시스템 인수를 최종 마무리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하는 자산 기준 국내 재계 순위가 지난해 49위에서 올해 27위로 껑충 뛰었다. 그룹에서는 이 기세를 몰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한온시스템의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고 성장에 힘을 줄 계획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 시점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조 회장이 옥중에서 보고를 받는다 해도, 소통에 한계가 있는 만큼 투자 속도는 분명하게 느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온시스템 안정화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의 여파로 3344억원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지만, 지난 3분기 95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6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면서 사업 확대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단계로, 최근 9834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유상증자까지 단행했다. 상당 부분이 채무 상환에 쓰이겠지만 중장기 성장을 위한 용처도 확정해야 하는데, 이는 조 회장 없이 어려운 부분이다.

조 회장이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할지도 주목된다. 한국앤컴퍼니 측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스럽다”며 “향후 대응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