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를 겪는 지역에 있는 기업들만이라도 산업용 전기 요금을 깎아줘야 합니다. 우리 지역 기업들에 떠나지 말라고 보조금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지난달 17일 만난 이학수 정읍시장은 “산업용 전기 요금과 관련된 모든 정부 부처 또는 공공기관에 특별법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하는 게 요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특별법은 ‘인구 감소 지역 지방기업 전기 요금 지원 특별법’이다. 2021년 정부가 지정한 ‘인구 소멸 위기 지역’ 89곳에 한해서라도 산업용 전기 요금을 특별히 지원 또는 인하해, 기업 생산 시설 유치와 유지를 도와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가 이렇게 나서는 이유는 정읍에 있는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지난 여름 정읍 내 유일한 대기업 SK넥실리스가 우즈베키스탄으로 공장 다수 설비를 옮길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정읍시가 발칵 뒤집힌 것이 계기였다. 비싼 전기 요금 등 생산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정읍 내 사업을 대폭 줄일 것이란 내용이었다. SK넥실리스는 “일부 노후화한 설비만 이전하는 것이고 핵심 사업은 정읍에서 계속 이어간다”며 이 내용을 부인했지만, 이 시장은 SK넥실리스가 떠날까 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시장은 “SK넥실리스는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 데다 산업용 전기 요금·구리값 급등이 겹쳐서 중국산과 가격 경쟁이 안 된다고 하더라”며 “정읍에서 생산해서 적자라면 우리 지역에 계속 남아달라고 할 수 없겠더라”고 했다. 그는 “SK넥실리스는 우리 정읍 내 가장 큰 기업으로 현재 고용 인원만 약 360명”이라며 “정읍 내 100인 이상 사업체가 12곳밖에 안 되고 직원 10~20명 기관 유치에 목숨을 거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2021년 인구 소멸 위기 지역에 지정된 정읍의 인구는 10월 기준 10만833명으로, 시는 1년 내내 ‘인구 10만 유지 캠페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시장은 “소멸 위기 지역을 살리려면 결국 젊은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큰 기업이 와줘야 한다”며 “산업용 전기 요금 특별 인하로, 지역에 기업이 오도록 강력한 ‘당근’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