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월 여야 합의로 확정됐던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절차에 착수한다. 오는 30일 1차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내년 초 2차 토론회까지 열기로 한 것이다. 이미 확정된 원전 건설 계획을 토론하는 건, 이를 공론화에 부치겠다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 장관의 방침 때문이다.
21일 본지가 입수한 정부 내부 문서에 따르면, 기후부는 이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탄소 중립을 위한 바람직한 에너지 믹스 방향’을 주제로 대국민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다. 내년 초에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원전의 안전성 등을 주제로 2차 토론회를 연다. 김성환 장관이 좌장을 맡고, 3명의 주제발제 이후 전문가 10여명이 단체 토론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정부는 대국민 여론조사도 벌인다.
주제만 보면 에너지 정책 토론회 같지만, 핵심은 신규 원전 2기 건설 여부다. 법적으로 이미 확정된 계획인데, 김 장관이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며 국민 동의 절차를 다시 밟겠다고 한 것이다. 원전 업계는 토론회가 원전 건설 백지화 명분 쌓기가 될까 우려한다. 실제로 기후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위원, 윤세종 플랜1.5 활동가, 송용현 넥스트 부대표, 양이원영 전 국회의원 등 대표적인 탈원전 인사들이 토론회 섭외 대상에 올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 기후부 업무 보고 때 “에너지는 이념이 아닌 과학의 영역”이라며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효율성과 타당성만 따지는 과학적 토론을 주문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달 초 이 대통령을 만나 AI 시대에 한국이 가장 취약한 분야로 에너지를 지목했었다. 여론도 원전에 우호적이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최근 실시한 ‘2025 에너지 국민 인식 조사’에서도 국민 59.2%는 “원자력 발전량을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