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내년 1월부터 페루 해군을 위한 맞춤형 잠수함 설계에 착수한다. 이 사업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페루가 있는 중남미는 물론, 세계 시장에 ‘K잠수함’ 수출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9일 페루 리마의 국영 시마(SIMA)조선소에서 페루 해군 및 시마조선소와 함께 ‘차세대 잠수함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11월 경주 APEC 기간 중 이뤄진 ‘잠수함 공동 개발·공동 건조 관련 의향서’의 후속 조치로 잠수함 설계에 우선 초점을 뒀다. 내년 1월 설계를 시작해 11개월간 사업을 진행한다.
HD현대와 페루 정부는 노후화한 기존 잠수함을 대체할 ‘페루형 차세대 잠수함’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특히 페루 현지에 적합한 맞춤형 잠수함을 만들 계획이다. 페루 해군이 주로 작전을 펼치는 곳은 한반도 주변과 달리 수심이 3000m 이상으로 깊은 바다다. HD현대중공업은 이러한 환경 요소를 감안해, 최신 무기와 장비, 통신 시스템 등이 어우러지는 페루 전용 설계안을 만들기로 했다. 설계한 잠수함은 페루의 최대 국영 조선소인 시마 조선소와 HD현대가 현지에서 공동 건조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단순한 잠수함 판매가 아니라, 고객의 요구 조건을 구체적으로 수용한 맞춤형 잠수함을 개발, 건조하는 고도화된 모델”이라며 “이번 계약을 통해 페루 잠수함 사업에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고 향후 중남미 잠수함 시장까지 공략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계약 체결식에는 페루 측에서 호세 헤리 페루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이 사업은 페루 현 정부가 추진하는 해군력 현대화, 조선 산업 역량 강화 전략의 핵심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는 “시마조선소와 HD현대중공업의 이번 계약은 페루 조선 산업 강화뿐 아니라 페루와 대한민국 간 실질적, 전략적 협력의 상징”이라며 “페루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이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페루와의 잠수함 공동 개발 계약 체결에는 국방부와 해군의 퇴역 함정 제공 검토, 방사청 및 주페루 대한민국 대사관의 지원 등 정부 차원의 협력과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잠수함 협력에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 페루와 함정 3종, 총 4척의 수상함 건조 계약을 체결하며 페루와 방산 협력 관계를 맺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