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18일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을 R&D본부(남양연구소) 사장으로 임명하는 등 사장 4명을 포함해 총 219명을 승진시키는 2025년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부사장 승진 14명, 전무 승진 25명, 상무(신규 선임) 176명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기감이 컸던 2020년(약 200명) 이후 승진 폭이 가장 작다. 대폭적인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상무 신규 선임 중 40대 비율이 49%로 높아지며 상무 초임의 평균 연령은 처음 40대로 진입했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미래차(SDV)와 내연기관차(R&D) 연구 조직, 그리고 그룹 전략 조직을 사실상 한곳으로 모으는 큰 폭의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미국의 관세 장벽과 전기차 정책 후퇴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조직 재정비를 통해 효율성과 긴장감을 극대화하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개편의 핵심은 장재훈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협력 강화 체제 구축이다. 장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담당’으로 역할을 바꾸고, 그 아래에 기술 부문인 R&D본부(내연차)와 AVP본부(미래차)를 배치했다. 장 부회장은 전략과 대외 정책(성김 사장)까지 모두 총괄한다. 현대제철 서강현 사장이 기획조정담당 사장으로 이동해 장 부회장 휘하에서 계열사 간 협력 방안을 조율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에서 각 계열사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기능 대부분이 장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조직으로 모이는 셈이다. 장 부회장은 특히 내연차, SDV, 수소·로보틱스·AI(인공지능) 등 현대차그룹이 미래 경쟁력 차원에서 투자하고 있지만 성격이 다른 영역 간 협업을 독려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휘하에서 각 분야를 맡은 사장들이 각자의 영역을 독립적으로 이끄는 수평적 구조를 유지해 왔다. 정 회장과 사장들 사이의 신속하고 원활한 소통을 위한 구조였지만, 칸막이가 생겼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특히 기술 부문에서 하이브리드와 내연차 중심의 R&D본부와 미래차용 소프트웨어(SW) 개발을 담당하는 AVP본부 사장 사이에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존재했고, 이것이 미래차 개발 속도를 늦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내부에서는 이를 ‘기계공학파’와 ‘컴퓨터공학파’ 간 주도권 갈등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이번 개편을 통해 이러한 부서 이기주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기술과 전략 조직이 때로는 서로 경쟁하면서도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