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이 공항 내 면세점 새 주인을 찾고 있습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경영상 손실이 너무 커 운영을 지속할 수 없다”며 사업권을 반납한 탓입니다. 이를 계기로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 등이 인천공항 입성을 노리고 있어, 한국 면세점 업계에선 ‘안방을 내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북적이는 공항과 거리를 활보하는 수많은 외국인들을 보면 면세점 업계의 어려움은 언뜻 이해하기 힘듭니다. 올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출입국자 수는 8136만명으로 역대 최대였던 2019년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면세점은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하지만, 현실은 딴판입니다. 같은 기간 면세점 매출은 2019년의 딱 절반 수준인 10조원대로 줄었습니다.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면세점보다는 올리브영에서 화장품을 사고, 다이소에서 생필품을 사는 식으로 외국인들의 쇼핑 트렌드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내국인들도 한 푼이라도 싼 해외 면세점을 찾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이제 면세점은 해외여행 때 ‘필수 쇼핑 코스’에서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밀려났습니다.
기업들은 살기 위해 제 살을 깎고 있습니다.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주요 5사가 모두 희망퇴직을 실시했습니다. 올해 일부 면세점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장사를 잘해서가 아니라 인력을 줄이고 매장을 줄여서 만든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입니다.
정부도 면세점 업계 지원에 나섰습니다.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2017년 정해진 매출 기반 수수료율을 지난 3월 인하했습니다. 하지만 고사(枯死) 위기에 처한 면세점 업계는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수수료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면세점 업계에는 2만명 가까운 인원이 종사하고 있습니다. 면세점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관광·수출의 핵심 인프라이기도 합니다. 국내 면세점 업계가 변화에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현실적인 대안을 찾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