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이 최종 타결되면서 한국 자동차와 K푸드·K뷰티 등 주력 수출품의 영국 시장 접근성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영국 고속철도 시장이 추가 개방되고, 비자 제도 정비로 우리 기업 인력의 영국 진출 여건도 개선된다.
산업통상부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크리스 브라이언트 영국 산업통상부 통상담당장관과 한·영 FTA 개선 협상을 타결하고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한·영 FTA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교역 공백을 막기 위해 2021년 한·EU FTA를 그대로 준용해 체결됐다. 이후 양국은 지난해 초부터 6차례 협상과 5차례 통상장관 회담을 거쳐 이날 개선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번 협상의 핵심 성과는 원산지 기준 완화다. 지난해 한국의 대영 수출의 36%를 차지한 자동차의 경우, 기존에는 부가가치 55% 이상이 당사국에서 발생해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개선 협상으로 기준이 25%로 낮아졌다. 배터리 원재료 비중이 큰 전기차의 관세 부담 완화 효과가 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만두·떡볶이·김밥·김치 등 가공식품과 화장품 등 K푸드·K뷰티 품목도 원산지 요건이 완화돼 수출 여건이 개선된다.
정부조달 분야에서는 영국이 고속철도 시장을 추가 개방해, 그간 한국만 시장을 열어온 불균형이 해소됐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온라인 게임 등 한국 기업 경쟁력이 높은 영역이 추가 개방됐고, 인공지능(AI) 등 신서비스 분야에서도 진출 기반이 마련됐다. 비자 제도 정비로 한국 기업 엔지니어와 유지·보수 인력의 영국 입국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공급망 협력도 제도화했다. 희토류, 요소수, 배터리 등 핵심 원자재 공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협력 챕터를 신설하고, 첨단기술 원자재·부품·장비와 필수 의약품, 에너지, 핵심 광물자원 분야에서 연구개발(R&D)과 국제표준화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급망 교란이 발생할 경우 양국은 지정된 핫라인을 통해 10일 내 긴급회의를 열고, 교란 품목의 신속 수출과 대체 공급처 정보 공유, 기업 간(B2B) 매칭 등 공조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여한구 본부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통상 환경에서 자유무역 질서를 공고히 하고, 유럽 내 핵심 파트너인 영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