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율 ‘석유화학 사업 재편안’ 제출 시한으로 명시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기업 간 구조조정 논의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15일 석화 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석화 산업 단지(여수·대산·울산) 가운데 최대 규모인 전남 여수 산단은 이번 주 중 ‘사업 재편 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여수 산단 주축인 LG화학과 GS칼텍스는 시설 통폐합 논의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후 설비를 보유한 LG화학(208만t)과 최신 설비를 갖춘 GS칼텍스(90만t)가 합작 법인을 세우고, LG 측 설비를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수의 또 다른 축인 여천NCC는 공동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간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며 합의가 늦어지고 있다. 여천NCC가 보유한 1·2·3공장 가운데 3공장(47만t)은 지난 8월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사업성을 낮게 보고 더 강한 구조 조정 원하는 DL 측은 1공장(90만t)까지 닫자는 입장이지만, 한화 측은 “DL 측의 주장일 뿐 아직 합의된 바 없다”는 반응이다.
또 다른 석화 단지인 울산에선 연산 180만t의 첨단 생산 시설을 가동하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내년 가동을 앞두고 있다. 대한유화 및 SK지오센트릭과 공동 감축 방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연말까지 각 사의 재편안이 모두 접수되면, 구체적인 지원 계획과 함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충남 대산 산단은 지난달 말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양사 설비를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1호 사업 재편안’을 선제적으로 제출한 바 있다.
정부는 핵심 설비인 나프타 분해 시설(NCC)의 생산 능력(현 1470만t)을 최대 25% 감축하라는 ‘숙제’를 부여한 상태다. 다만 과잉 설비를 누가 얼마나 감축할지, 통폐합 시 지분을 어떻게 나눌지 등 각 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달라 재편안 제출 이후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각 사 간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이번 재편안에는 세부 내용보다는 큰 방향성 중심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후 정부가 제시하는 지원책에 따라, 내년도 각 사의 실제 이행 여부와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