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삼형제. 왼쪽부터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3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 /그래픽=김현국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차남과 삼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그룹 지배 구조 정점에 있는 한화에너지 지분 20%를 매각한다. 매각 대금은 약 1조1000억원 규모다. 증여세 납부와 신사업 투자 자금 확보가 목적으로, 향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본격적인 준비 절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에선 삼 형제가 향후 계열 분리에 나설 가능성도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한화그룹은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한화에너지 지분 5%, 15%를 각각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 컨소시엄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50%, 김 사장과 김 부사장이 각각 25%씩을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로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의 최대 주주(22.16%)다. 거래가 끝나면 김 부회장 50%, 김 사장 20%, 김 부사장 10%, 재무적 투자자 20%로 지분 구조가 바뀌게 된다.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매각 자금으로 증여세 등 세금을 납부하고 나머지는 사업 투자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화 측은 밝혔다. 올 4월 말 김승연 회장은 ㈜한화 보유 지분(22.65%) 가운데 절반을 세 아들에게 증여한 바 있다. 김 부회장과 김 사장, 김 부사장이 각각 4.86%, 3.23%, 3.23%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약 2975억원의 증여세가 발생했다.

이번 지분 매각은 추후 상장을 앞둔 한화에너지의 ‘프리 IPO(상장 전 지분 투자)’ 성격도 갖고 있다. 한화 측은 “재무적 투자자들은 이사 선임을 통해 기업 경쟁력 제고와 가치 상승을 위한 본격적인 협업에 나설 것”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공개 추진 기반을 공고히 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본시장에선 이번 지분 매각으로 외부 투자자들이 한화에너지에 대한 가치 평가를 할 수 있게 됐고, 이게 IPO의 근거가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번 거래에서 한화에너지는 기업 가치가 5조5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삼 형제가 주요 사업을 각각 맡아 독립 경영에 나서는 계열 분리도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화 측은 아직 김승연 회장이 경영 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계열 분리는 당장 계획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차남과 삼남이 이번 지분 매각으로 각각 2750억원, 8250억원의 자금을 쥐게 됐고 이를 ‘관심 분야 혹은 신사업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계열 분리를 앞두고 각자의 영역에서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조선·에너지, 김동원 사장은 금융,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로봇 사업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