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율 관세 이후 중국이 대미 수출 감소분을 제3국 시장으로 빠르게 돌리며 수출 구조 전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 전략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과 수출 시장이 겹치는 한국의 대응 전략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5일 발표한 ‘미국 관세 부과 이후 중국 수출선 전환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7.7%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대세계 수출은 5.3% 증가했다. 미국 관세로 줄어든 수출 물량을 아세안·유럽연합(EU)·인도·아프리카 등 제3국 시장에서 상쇄한 것이다.
중국의 수출 전환은 특정 지역에 뚜렷하게 집중됐다. 올해 중국의 제3국 수출 증가분 2318억달러 가운데 아세안이 29.2%(677억달러 증가)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아프리카(16.1%), EU(14.1%), 인도(5.3%)가 뒤를 이었다. 품목별로는 아세안에서 무선통신기기·컴퓨터·승용차 수출이 크게 늘었고, EU에서는 배터리, 아프리카에서는 승용차, 인도에서는 무선통신기기 수출이 두드러졌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우회 수출이 아니라 중국의 구조적 수출 전략 전환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허슬비 무역협회 연구원은 “중국의 수출 전환이 집중되는 전략 시장에서는 기술·품질 기반의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품목 다변화를 통해 경쟁이 덜한 틈새 영역에서 선제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