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이 미국 현지에 10조원 규모 전략 광물 제련소를 건설하고, 미국 국방부와 현지 방산 기업들은 고려아연의 주주로 참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는 미국 정부가 한국 민간 기업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이례적인 사례로,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맞선 한미 ‘전략 자원 동맹’을 공식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제련소 설립 안건과 함께 미 국방부 및 현지 방산 관련 투자자들이 고려아연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의 직접 투자 방안에는 제3자 유상증자 방식 등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안건이 통과되면 고려아연은 미국 주도의 탈(脫)중국 희토류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격상된다.
고려아연은 미국 측과 약 3조원 규모의 합작법인(JV)을 세우고 제련소를 추진할 방침이다. 투자 및 차입도 미국 정부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다른 나라 민간 기업의 주주가 되면서까지 제련소를 유치하려는 것은 현재 미국의 안보가 처한 절박한 현실 때문이다. 반도체, 방산, 우주항공 등 미국의 핵심 산업은 중국산 희토류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구조다. 특히 포탄과 미사일 제조에 필수적인 안티모니, 비스무트 등의 대중국 의존도는 70%를 상회한다.
미국은 자국 내 공급망 재건을 시도했으나, 환경 규제와 채산성 문제로 제련 산업 생태계가 붕괴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유일한 대안으로 꼽혔다. 고려아연은 아연·연·동 등 기초 금속뿐 아니라 안티모니, 비스무트, 게르마늄, 갈륨 등 희소 금속을 광석에서 불순물 없이 뽑아내는 세계 최고의 습식 제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7월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광산 운영 기업인 MP머티리얼즈와 4억달러 규모 우선주 인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고려아연에 대한 투자도 전략 광물 공급망을 미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