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틸렌 생산능력 국내 3위 업체인 여천NCC의 공동 대주주인 DL케미칼이 90만톤(t) 규모인 여천NCC 3공장 폐쇄를 포함한 책임 경영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DL케미칼은 원가 보전 비중 확대와 에틸렌 생산능력 감축을 전제로 한 다운스트림 사업 규모 재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DL케미칼은 15일 여천NCC와의 원료 공급 계약 체결 사실을 밝히는 동시에 NCC 감축 방향, 여천NCC 구조 혁신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DL케미칼은 외부에서 진행한 원료가격 컨설팅 결과에 대해 “현실을 정면으로 직시한 출발점”이라면서도 “채권단과 정부가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더 강한 안전장치와 공동 책임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천NCC의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한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은 지난 2019년 장기공급계약이 종료된 이후 1년여간 원료 가격 협상을 벌였다. 이번에 양사가 합의된 기준을 마련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더 강력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DL케미칼의 입장이다.
DL케미칼은 “기준점이 생겼다고 해서 구조적 위험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며 “주주이자 원료 수급자인 입장에서 NCC 원가 보전 비중 확대가 여천NCC의 구조혁신안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구 노력이 100% 달성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시황과 리스크를 반영해 주주사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DL케미칼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여천NCC 실적은 주주사에 보고된 최초 경영계획(영업이익 BEP 수준) 대비 약 3000억 원 이상 악화했다. 두 번째 증자 이후 4분기로 갈수록 손익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DL케미칼은 지속되고 있는 중국발 공급리스크와 일본의 크래커 감산 및 다운스트림 고도화를 통한 생존 사례를 들며 “규모의 경제보다 수익성 중심의 내실 있는 NCC 운영을 통해, 업스트림 및 다운스트림이 모두 활로를 찾아야 한다”며 “정부의 방향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L케미칼은 에틸렌 생산능력이 90만톤 규모인 1공장을 셧다운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DL케미칼은 “정부의 석유화학 산업 재편 목표 달성을 지원하고, 여천NCC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선 에틸렌 생산능력이 50만톤 규모인 3공장이 아닌 90만톤 규모인 공장 한 곳을 셧다운 후 공급량 조절을 통해 이익을 높이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천NCC는 여수에서 1·2·3공장을 운영한다. 1·2공장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90만톤, 3공장의 생산능력은 50만톤 규모다.
DL케미칼은 수익성이 낮고 구조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다운스트림 제품군은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일부 설비는 스크랩하거나 고부가 제품 생산을 위해 재배치할 계획이다. 또한 축소된 생산능력 하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역량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집중할 계획이다.
DL케미칼 관계자는 “NCC 감축 이후의 시대에서 다운스트림 고부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라며 “이는 정부의 산업 재편 기조이자 여수산단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주주사로서의 시장성 조달책임과 고용 안정 의지도 재확인했다. DL케미칼은 구조 혁신 과정에서 필요한 시장성 조달에 대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생산시설 감축에 따른 잉여 인력은 내부 재배치를 우선하되 추가 인력이 발생할 때도 최대한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DL케미칼은 원가 보전 비중 확대, NCC 감축, 다운스트림 구조조정, 시장성 조달 책임 수행, 잉여 인력 승계 등 모든 자구 노력 이후에도 시황이 예상보다 악화해 여천NCC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주주로서 추가 금융 지원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종현 DL케미칼 부회장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지 않겠다”며 “원가 보전, 비즈니스 재편, 고용, 재무까지 함께 책임지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와 지역사회, 채권단이 안심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먼저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