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북 구미시에 있는 한화시스템 사업장. 제조동 안 500평 규모의 ‘무진동 클린룸’에서는 초음속 전투기인 KF21 등 항공기용 고정밀 전자광학제품 생산이 한창이었다. 이곳은 진동을 일반 건물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먼지도 일반 반도체 공정과 비슷한 수준으로 관리되는 곳이다. 여러 카메라와 레이저가 합쳐져 하나의 점을 바라봐야 하는 전자광학제품 특성상, 진동이나 먼지가 최소화된 곳에서 각 부품을 정렬해야 한다.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 내에 이러한 클린룸은 1500평에 달한다. 국내 방산 업계 최대 규모다. 김용진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장(상무)은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대규모 클린룸을 구축했다”며 “(클린룸을 비롯한 사업장 내 각 시설엔) 단순히 생산 능력을 떠나 공정 개선과 자동화, 원가 절감을 통해 (생산을) 최적화하려는 노력들이 녹아있다”고 강조했다.
한화시스템이 지난달 말 준공된 구미사업장을 통해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율을 2032년까지 현재의 1.5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삼성탈레스에서 출발한 한화시스템은 최근까지도 삼성전자 구미1사업장 일부 부지를 임차해 사용해 왔다. 한화시스템은 삼성 흔적을 완전히 지우고 새롭게 출발하는 이곳에서 효율화·대형화를 통해 한국 방산의 글로벌 영토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 천궁 레이다·송수신모듈 등 첨단 시설… 2032년 수출 비율 40%로
총면적 8만9000㎡에 달하는 구미사업장은 첨단 시설·장비가 집약된 곳이다. 국내 최초 원스톱 생산 라인이 갖춰진 천궁 체계 레이다 조립·시험장이 대표적이다.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인 천궁은 각종 항공기·미사일을 요격해 영공을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한화시스템은 천궁 체계 중에서도 적의 위협을 포착하는 다기능 레이다를 맡고 있는데, 이곳에서 안테나 시험, 핵심 구성품 및 체계 조립 및 시험, 정비까지 제품 전 수명주기를 한 공간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보통 장비 한 대를 옮길 때 100만~150만원 전후가 소요되는데, 원스톱 생산라인이 구축되면서 장비를 옮길 필요성이 줄어 비용이 크게 절감됐다”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은 500평이 넘는 이 공간에 층고까지 최대 20m 확보했다. 차량 위에 탑재된 천궁의 유지보수를 위해서다. 실제 이날 군용 트럭 위에는 대략 3m는 돼 보이는 대형 안테나군이 회전력 시험을 위해 빠른 속도로 360도 돌고 있었다. 한화시스템은 이곳에서 2027년 상반기까지 천공Ⅱ 2차 양산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형 전투기의 ‘눈’ 역할을 하는 능동형위상배열레이다(AESA레이다)의 핵심 구성품인 송수신모듈 조립시험장도 구미사업장의 핵심 시설로 꼽힌다. AESA레이다는 전면부에 고정된 1000여 개의 작은 송수신모듈을 통해 빠르게 빔을 조향한다. 기존 장비보다 더 넓은 영역과 다수의 표적을 동시에 감시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기존보다 작고 가벼우면서도 효율성은 높인 송수신모듈을 개발했다.
한화시스템은 이를 생산할 때 송수신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특허로 구성된 차폐 시설을 구축하고, 의료기기 조립 분야에 적용되는 수준의 청정 작업 환경을 조성했다. 송수신모듈 대량 생산을 위한 자동화 시험 장비까지 갖췄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AESA레이다의 송수신모듈은 저희의 주력 제품이고, 많은 양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전엔 용인과 구미 등 사업장에 각 기능이 흩어져 있었는데, 이번 신사업장에선 개발부터 정비까지 모든 것을 한 공간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 자재관리실은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 2만종의 자재를 직접 찾는 수고를 덜었다. 시간당 300건을 찾아내는 이 시스템은 작업 효율성을 30%가량 끌어올렸다. 전체 공간이 넓어지면서 필리핀 해군용 전투관리체계(CMS) 장비 등을 수십년간 구현할 수도 있게 됐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이 장비는 모두 30년 이상 고객이 사용하는 동안 이곳에 유지될 것”이라며 “실제 장비를 구축해둔 환경을 이용해 30년 이상 사용되는 함정들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 고객과의 신뢰를 쌓고 있다”고 했다.
한화시스템은 구미사업장을 통해 기존 내수 위주에서 벗어나고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율을 올해 26%에서 2032년 4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구미사업장 매출 목표도 2032년 5조4000억원으로 내걸었다. 김 사업장장은 “지금은 개별 제품별로 (공정을) 구축해 생산하고 있는데, 내년 3월까지 이를 자동화하려 한다”며 “조립 자동화를 통해 지금보다 케파를 2배 이상 늘려 레이더와 핵심 전자광학제품 등의 수출과 국내 수요 확대에 대응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