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15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미국 현지에 제련소를 조성하는 안건 논의를 시작했다. 핵심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이 10조원 규모 전략광물 제련소를 미국에 짓고, 미국 국방부와 현지 방산기업이 고려아연의 주주로 참여하는 내용이다. 이날 이 소식이 알려지자 장 초반 고려아연 주가는 20%대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한미 전략광물 동맹’ 공급망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입구./뉴스1

이날 이사회에선 고려아연과 미국 측이 약 3조원 규모의 합작법인(JV)을 세우고, JV에 미국 상무부·국방부, 미국 방산기업이 6억9000만달러(약 1조원)를 투자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합작기업을 통해 미국 측 투자자는 고려아연의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고려아연 본사 지분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은 즉각 반대 입장을 냈다. MBK 측은 이날 오전 “‘백기사’ 구하려고 대한민국 ‘아연 주권’을 포기하는 배신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입장을 냈다.

MBK 측은 “이번 안건은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엄중한 시기에 회사의 사업적 필요성보다는 최윤범 회장의 개인적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한민국의 핵심 전략 자산인 ‘아연 주권’을 포기하는, 국익에 반하는 결정”이라며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미국 정부에 내어주는 것은 자금 조달이 주목적이 아니라, 의결권을 확보해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해 줄 백기사를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한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 MBK 측은 고려아연 지분 44%를, 최윤범 회장 측은 우호 세력 포함 32%가량을 보유해 왔다. 그러나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의 합작 법인을 꾸리고 이후 고려아연 지분 약 10% 수준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성공한다면 최 회장 측 지분율은 MBK 측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온다.

향후 MBK 측이 ‘이사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비롯해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더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MBK 측도 이날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 이사들은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이토록 중대한 안건에 대해 사전 보고나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었으며, 이사회 당일 현장에서 제한적으로 해당 사실을 접하게 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사회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심각한 절차적 훼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