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이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 서밋(APEC CEO SUMMIT)'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 특별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1970년 이후 출생한 이른바 ‘신(新) 7080세대’ 오너가 중 회장과 부회장 직함을 단 임원이 9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0~40대 젊은 회장·부회장도 40명을 넘어서며 한국 재계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CXO연구소가 10일 발표한 ’1970년 이후 출생 오너가 임원 현황 분석’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92개 대기업 집단을 포함한 주요 200대 그룹과 65개 중견·중소기업 등 총 310개 기업에서 활약하는 1970년 이후 출생 오너가 임원은 33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회장급은 39명이었다. 정의선(55세) 현대차그룹 회장, 정지선(53세)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조현범(53세)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등 50세 이상이 25명이었고, 50세 미만은 14명이었다. 40대 이하 회장으로는 조원태(49세) 한진그룹, 구광모(47세) LG그룹, 정기선(43세) HD현대 회장 등이 있었다. 특히 경주선(40세) 동문건설 회장이 조사 대상 중 최연소 회장이었다.

부회장급은 56명으로 파악됐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1명이 50세 미만 젊은 오너가였다. 30대 부회장도 승지수(39세) 동화기업, 권혁민(39세) 도이치모터스, 서준석(38세) 셀트리온 수석부회장 등 3명이 포함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젊은 오너가 부회장이 늘어나는 반면 전문경영인 부회장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젊고 역동적인 총수들이 많아지면서 경영을 보조하는 2~3인자의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AI 시대 도래로 오랜 경험과 관록보다는 빠른 변화 적응력이 중요해지면서 전문경영인 부회장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과거에는 오랜 경험, 축적된 통찰 등이 강점이었지만, 최근 AI(인공지능)가 경영 전반을 재편하면서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실행하는 젊은 임원들이 더 적합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 회장·부회장도 9명으로 조사됐다. 정유경(53세) 신세계 회장을 비롯해 최현수(46세) 깨끗한나라 회장, 경주선 동문건설 회장이 대표적이다. 부회장으로는 김주원(52세) DB그룹, 임주현(51세) 한미약품, 성래은(47세) 영원무역 부회장 등이 활약 중이다.

직위별로는 사장급이 152명(45.2%)으로 가장 많았고, 부회장급 56명(16.7%), 회장급 39명(11.6%) 순이었다. 연령대별로는 50세 이상이 145명(43.2%)으로 가장 많았지만, 30~40대 젊은 임원이 191명(56.8%)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성별로는 남성 278명(82.7%), 여성 58명(17.3%)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