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귀금속 가격 상승에 따라 올해 4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은 가격은 최근 45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고, 금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지난 6월부터 희소광물인 안티모니의 대미(對美) 수출이 시작된 점도 4분기 실적 전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0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해 9월 말 은, 금 매출액은 각각 2조3460억원, 1조32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 매출은 2024년 매출(2조3484억원)에 근접했고, 금은 지난해 매출(7480억원)의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었다. 금의 경우 안전자산 선호로 인해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귀금속 전문점에 금·은 제품이 진열돼 있다./연합뉴스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에서 아연·연 등 메인 광물을 제련하고 남은 잔재물에서 추가로 희소금속인 금·은·안티모니 등을 회수할 수 있는 ‘퓨머(Fumer)’ 공정을 갖추고 있다. 아연·연 등 기본 비철금속을 제련하고 발생한 슬러지·침전물을 퓨머 설비에 넣어 다시 제련하면 다른 금속 성분을 추가 추출할 수 있는 것이다.

금과 은의 글로벌 현물가격은 올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런던금시장협회(LBMA·London Bullion Market Association)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 시각) 기준 은 현물가격은 온스당 54.08달러로 집계됐다. 은 가격은 지난 1일 장중 58.81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55달러 전후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최고가는 1980년 1월(49.95달러) 가격을 경신한 것이다.

은 가격 상승은 인공지능(AI), 전기차, 태양광 등의 발달로 산업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은은 글로벌 생산량의 절반이 산업용으로 소진된다.

금 가격도 최근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같은 날 기준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228.3달러로, 이달 초 기록한 단기 고점(4299.6달러)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금 가격은 지난 4월 4381.6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고, 주요 국가들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었다.

고려아연은 금·은 매출 확대에 힘입어 올 들어 3분기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3분기 연결 기준 누계(1~9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8% 늘어난 11조818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0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2% 증가했다.

3분기 기준 매출액은 4조159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7% 늘었다. 영업이익도 작년 기간 82.3% 증가한 2734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103분기 연속 영업 흑자 기록도 달성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 내 안티모니 공장을 방문해 생산제품을 둘러보고 있다./고려아연 제공

업계에서는 은과 금 가격 상승에 따라 고려아연이 4분기에도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M증권은 고려아연의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을 4조7930억원, 영업이익을 3960억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40.4%, 영업이익은 44.9% 각각 늘어난 수치다.

김윤상 iM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은 아연·연 통합 공정 구축으로 다른 제련소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금속을 회수하고 있다”면서 “주요 가격 지표가 역사적으로 가장 좋아 4분기 실적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희소금속인 안티모니의 미국 수출 확대도 4분기 역대 최대 실적 전망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철강재에 합금으로 사용돼 제품의 경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안티모니는 최근 탄약·미사일·포탄 등 군수물자 생산이나 차량용 강판 분야에서 필수적인 금속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순도 99.9% 이상의 높은 수준의 안티모니를 생산 중이다.

고려아연의 올해 3분기 희소금속 매출액은 3630억원이었는데, 이 중 안티모니의 비율은 69%(약 2500억원)를 차지했다. 지난해 3분기 희소금속 매출액은 1810억원이었다. 고려아연은 올해 6월부터 안티모니를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올해 대미 수출 목표치는 100톤(t), 내년 목표치는 240t이다.

안티모니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 온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면서 최근 안티모니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광물업계에 따르면 안티모니의 t당 가격은 지난해 1월 1만3300달러에서 올해 6월 6만달러까지 뛰었다. 9월 기준으로는 5만10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김윤상 연구원은 “첨단 산업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희소금속이 중국의 수급 통제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광물의 공급망 구축을 민간이 아닌 국가가 주도하고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 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