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 업계가 친환경 장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전 세계적 흐름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들은 주요 장비를 전동화하고 수소 엔진 개발에 나서는 등 신(新) 동력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건설기계가 친환경 전환에 성공하려면 인프라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으로 출범하는 통합 법인 HD건설기계는 최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5’(WHE 2025)에서 차량·발전용 11리터급 수소엔진 ‘HX12’와 22리터급 발전용 대형 수소엔진 ‘HX22’를 공개했다.
HX22는 지난달 22일부터 군산공장에서 실증 시험에 돌입한 엔진이다. HX12는 지난 9월 1500시간의 실증 단계를 마치고 2026년 양산과 판매를 앞두고 있다. 각각 2024년과 2022년 개발에 착수했다.
중·소형 장비 중심의 두산밥캣은 같은 전시회에서 개발 중인 5톤(t)급 수소연료전지 지게차의 시제품을 전시했다. 지난해 1월에는 국내 최초로 2.5~3.5t의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상용화에 성공했고, 12월 농협과 현대차그룹 계열사 유니투스 등 민간 공급엔 나섰다.
업계가 친환경 동력 개발에 나선 것은 건설기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기후환경에너지부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건설기계는 1대당 탄소 배출량이 화물차의 5.3배, 승용차의 15.8배 수준이다.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의 16.2% 정도가 건설기계와 같은 비도로 부문에서 나온다는 통계(2021년 기준)도 있다.
건설기계마다 친환경 전환법은 상이하다. 지게차나 휠로더(흙 등을 옮기는 장비) 같은 중·소형 장비는 전동화 혹은 수소연료전지 활용이 추진되고 있다. 물류센터 같은 실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소형 장비 특성상 무게가 무겁지 않은 제품 운송에 쓰이기 때문에 배터리를 이용한 전동화 장비로도 구동이 가능하다.
반면 큰 힘을 필요로 하는 중·대형 장비는 전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배터리 기반 장비를 쓰기엔 무리가 있다. 야외 현장으로 충전용 전기를 끌어오기가 쉽지 않기도 하다. 이런 장비에는 수소 엔진 장착이 추진되고 있다. HD건설기계가 개발한 수소엔진 HX12를 적용한 굴착기는 디젤 연료가 필수적이던 기존 제품을 대체할 수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걸음마 단계인 수소 건설기계의 기술 고도화와 장비 확산을 위해서는 관련 규제 완화와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불가능하던 건설기계 장비의 수소연료 충전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충전소 설치 비용과 현실성이 떨어지는 설치 관련 규정으로 인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을 포함한 복수의 기업들이 수소 장비를 도입하려다가 수소 충전소 설치 문제에 발목을 잡혀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김준석 한국건설기계연구원은 “실내에서 충전이 활성화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외부 고압 수소 충전소를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실내에서 박스 작업을 하던 지게차가 건물 밖으로 나와 충전하고 다시 들어가야 하는 구조니 활용을 늘리기 쉽지 않다”고 했다.
보조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수소 상용차 및 지게차와 달리 수소엔진 건설기계는 환경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소엔진은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니니 개발과 보급 등 전체적인 진행이 더디다” 면서 “수소 건설기계 보조금 지급 대상이 늘어야 관련 장비 활성화를 넘어 탄소 중립 목표를 맞추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