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33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속 10일 한국 법인의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사태 수습과 대외 대응을 총괄해 온 박대준 대표가 물러나고, 쿠팡의 모회사인 미국 쿠팡Inc의 해롤드 로저스 최고관리책임자(CAO) 겸 법무총괄이 임시 대표로 선임됐다.
쿠팡은 로저스 임시 대표가 실질적 오너이자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복심이라며, 그가 오는 17일 열리는 국회의 쿠팡 청문회에 출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청문회에는 이미 김 의장이 증인으로 채택돼 있어, 새 대표 임명이 김 의장의 출석을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방탄 인사’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5월 26일 쿠팡 단독 대표에 선임된 박대준 대표는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날 6개월여 만에 물러났다. 쿠팡 안팎에서는 쿠팡Inc가 박 대표를 경질했다고 본다.
쿠팡은 이번 인사에 한국 법인이 아니라 미국 본사가 사태를 적극 수습한다는 취지가 담겼다고 했다. 새로 온 로저스 임시 대표는 이날 쿠팡 내부에 “지금 우리의 우선순위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정보 보안을 강화하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냈다.
쿠팡을 향한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쿠팡을 질타한 데 이어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번 사태에 대해 “심각한 수준을 넘었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쿠팡 본사에서 현장 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쿠팡 탈퇴를 위한 절차를 7단계로 복잡하게 설정한 것 등이 법규 위반이 아닌지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