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은 11일 인천 부평에서 사회공헌 프로그램 ‘희망디딤돌’의 10주년 행사를 갖는다는 안내장을 배포했습니다. 희망디딤돌은 아동 양육 시설 등에서 생활하다가 만 18세에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청년들을 돕기 위해 전국에 센터를 건립하고 주거와 경제 교육, 진로 상담 등을 제공하는 삼성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입니다.
이런 사업의 10주년을 기념한다는 뜻깊은 행사지만, 행사의 타이틀인 ‘10주년’을 두고 일각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2년 전 대대적인 10주년 행사를 치른 바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희망디딤돌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삼성 신경영’ 20주년을 맞은 2013년에 시작됐습니다. 당시 임직원들이 회사에서 받은 20주년 특별 격려금의 10%를 기부했는데, 이를 좋은 곳에 쓰자며 사내 아이디어 공모와 투표를 거쳐 사업이 시작된 것입니다. 사업 10주년인 2023년 당시 삼성은 정부 주요 부처 장관까지 초청해 ‘삼성 희망디딤돌 2.0’ 비전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사업 12주년인 올해, 다시 ‘10주년 행사’가 열리는 상황에 대해 혼선이 빚어지자 삼성 측은 기준점의 차이라고 설명합니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가 사업 시작 12주년은 맞지만, 이번 행사는 첫 희망디딤돌센터인 부산센터를 착공했던 2015년을 기준으로 10주년 행사를 준비한 것”이라며 “마지막 희망디딤돌센터인 인천센터 개소식을 겸하다 보니 상징적인 의미에서 10주년을 다시 강조한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외적인 설명과 기준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지난 8일 행정안전부가 개최한 ‘대한민국 착한 기부 대상’에서 삼성은 대통령상을 수상했습니다. 당시에도 삼성은 이 사업을 ‘10년간 꾸준히 이어 온 활동’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공식 연혁에 등장하지 않는 착공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 건 ‘10주년’이라는 숫자에 맞추기 위해 셈법을 달리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번 행사에는 정부 주요 인사와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다수 참석할 예정입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업의 내용 만큼이나 이를 알리는 소통 방식 또한 투명하고 일관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사업 본연의 진정성을 희석시키지 않도록, 보다 정교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