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을철 집중 관리’ 선언에도 올가을 재생에너지 발전의 전력 과잉 생산이 야기한 출력 제어가 작년보다 4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정적인 전력망 수용 역량이 태양광·풍력 등의 넘치는 전력 생산량을 감당하지 못해 이틀에 한 번꼴로 발전소 가동을 중단했다. 전기 이동로(송·배전망)와 저장소(ESS·에너지저장장치)는 턱없이 부족한데, 정부는 여전히 재생에너지 ‘보급’에만 집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전력거래소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20일부터 11월 16일까지 58일 동안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원의 출력 제어 횟수는 총 25회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 발전소 가동을 강제로 멈추는 행위가 2.3일에 한 번씩 이뤄졌다는 의미다. 2023년 같은 기간엔 출력 제어가 0회였고 작년에는 총 6회였는데, 1년 만에 전년 대비 4배 이상의 출력 제어가 이뤄진 것이다.
9월 20일부터 11월 16일은 정부가 가을철 발전 과잉에 따른 전력 수급 불균형을 극복하겠다며 ‘가을철 경부하기 전력 계통 안정화 대책’ 기간으로 설정한 시기다. 전기는 생산이 수요보다 너무 적을 때도 문제지만, 반대로 너무 많아도 골치다. 수급이 어느 한 쪽으로 쏠리면 주파수가 흔들리면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특히 봄과 가을은 볕이 좋아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급증하는데, 에어컨이나 난방기기 사용량은 급감하는 계절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매년 봄과 가을에 경부하기 전력 계통 안정화 대책 기간을 운영하는 이유다. 이 기간엔 석탄단지 운영 최소화, 원전 정비 일정 조정, ESS 충전시간 조정 등 전력망 안정에 도움이 될 만한 모든 일을 시행한다.
이처럼 정부가 집중적으로 관리했는데도, 올가을 전력 계통 안정화 대책 기간에는 이틀에 한 번씩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출력 제어가 발생했다. 에너지 업계와 학계에선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에만 치중하고, 넘쳐나는 전력을 보관(ESS)하거나 이동(송·배전망)시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결과가 출력 제어 급증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에너지 전문 싱크탱크 미국 IEEFA에 따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2013년에서 2023년 사이 10년간 6배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송전망과 배전망은 겨우 14%와 22% 증가했다.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급증하는데 전력망 확충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3일에도 육상풍력 보급 전략을 발표하는 등 ‘재생에너지 속도전’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늘어나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용할 전력망 확충이나 송전선로 반대 지역 여론을 설득할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한국전력이 독점 중인 전력망 건설 권한을 민간에 개방해서라도 전력망 확충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