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 회장이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한일상의 회장단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간 협력이 말에 그치지 않고 성과로 이어지도록, 한일 간 여권 없는 왕래, 공동 에너지 구매, 의료 시스템 공유 등 구체적 협력 방안을 실험해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 회장이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한일 간 경제 국경을 허무는 수준의 ‘실험적 방안’을 제안했다. 밖으로는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파고, 안으로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 절벽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일 경제 원팀’은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이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개회사에서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라며 “양국이 단순한 협력을 넘어 연대와 공조를 통해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2년 전 ‘한일이 각각 외국 관광객을 많이 받지만 양국을 동시에 가는 관광 프로그램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아직도 진전이 없다”고 했다. 2023년 부산에서 열린 한일상의 회장단 회의 때 제안된 내용으로, 수년째 ‘한일 경제공동체’를 주창해왔지만 실질적인 진전이 더딘 현실을 꼬집으며 양국 재계에 실행을 주문한 것이다. 대한상의와 일본상의는 이날 인공지능(AI)·반도체·에너지 등 미래 산업 협력과 저출산·고령화 공동 대응, 문화교류 확대 등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중국의 급부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일이 각자도생해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최 회장의 생각이다.

이날 열린 특별대담에서 전문가들은 산업·통상 구조 재편 속에서 “규칙을 따라가는 ‘룰 테이커’에서 규칙을 만드는 ‘룰세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한일 경제연대를 통해 양국이 공동시장으로서 외연을 확대해 갈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회의엔 최태원 회장과 각 지역상의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부회장 등 한국 측 기업인들과 고바야시 켄 일본상의 회장, 기타자와 도시후미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 상담역 등 일본 기업인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