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상의학계의 거목(巨木)으로 불리는 한만청(91) 전 서울대병원장이 8일 별세했다.
1934년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이었던 월봉 한기악 선생의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고인은 일찍이 부모를 잃고 6·25전쟁 통에 학창 시절을 보냈다. 경기중·고를 거쳐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고, 미 하버드대 병원에서 연수를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당시 미개척 분야였던 국내 영상의학과 발전에 평생을 바쳤다.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신기술을 국내에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혈관 조영술 등 절개를 최소화한 가운데 영상 장비로 진단, 치료를 수행하는 인터벤션(intervention·중재) 영상의학계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1993년 영상의학과 출신 최초로 서울대병원장에 올랐다. 대한의학회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북미영상의학회의 한국인 최초 종신 명예 회원으로 추대됐다.
평생 암을 진단하는 의사였던 그는 1998년 64세의 나이에 간암 판정을 받았다. 폐까지 전이돼 수개월 시한부 말기 암 환자가 됐다. 다만 평소 약을 멀리해왔던 생활 습관과 식이요법, 꾸준한 항암 치료 등을 토대로 암을 이겨냈다. 본인의 암 극복기를 담은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는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이에게 희망을 줬다.
퇴임 후에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 의식을 심어주고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전하는 국민경제과학만화운동본부 이사장을 지냈다. 서울대 의대에 ‘한만청 연구 기금’을 설립해 후학 지원에도 힘써왔다.
유족은 아내 김봉애씨, 딸 숙현·금현·지현씨, 사위 조규완 이화산업 회장, 백상익 풍원산업 대표,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10일 7시. (02)2072-2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