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슬라가 지난달 국내에 ‘핸즈프리 자율주행’ 서비스(감독형 FSD)를 출시한 데 이어 최근 무인 ‘로보택시’ 앱까지 선보이며 국내 시장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Full Self-Driving)의 약자인 감독형 FSD는 운전대를 잡지 않고, 전방 주시만으로 도로 주행이 가능한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북미에서 먼저 상용화됐고 캐나다, 중국 등에 이어 한국은 7번째 출시국이다.
FSD는 한국 내 규제를 우회한 서비스이고, 로보택시는 서비스가 불가능하지만 애플 국내 앱스토어에 선제적으로 오픈했다. 복잡한 도로 환경, 촘촘한 5G(5세대 이동통신망) 인프라, 높은 신기술 수용도를 지닌 소비자를 모두 갖춘 한국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현대차그룹을 견제하는 효과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빠르게 확산하는 ‘테슬라 FSD’
테슬라는 지난달 23일부터 국내 소비자들에게 ‘감독형 FSD’ 사용 권한을 부여했다. 유튜브에는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주행하는 국내 체험 영상들이 잇따르고 있다. FSD는 북미에서 생산된 특정 차종만 사용 가능하고, FSD 옵션(904만3000원)은 별도 구매다. 단순히 운전대를 잡고 있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되지는 않는다. 다만 기능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항시 대비하지 않으면 처벌될 수 있다. FSD 이용 중 발생하는 사고도 100% 운전자 책임이다.
이 기술이 한국에 상륙한 것은, 미국 안전 기준을 충족한 모델은 연간 5만대까지 국내 인증을 면제하는 한·미 FTA 조항 때문이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이 상한마저 폐지돼 향후 FSD 적용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테슬라 로보택시는 현재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범 운영 중인 완전 무인 택시 서비스로, 한국은 도입 전이다. 그런데도 앱을 미리 열어둔 건 ‘테슬라 네트워크’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차를 쓰지 않는 시간에 로보택시로 돌려 수익을 창출하는 ‘오너 겸용 공유 모델’을 한국에도 도입하겠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다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허가와 보험 문제, 택시 업계의 반발 등 현실적 장벽은 여전히 높다.
◇현대차 “자율주행 늦었지만, 안전에 중심”
테슬라에 비해 현대차그룹은 ‘속도보다 안전’을 강조하며 아직 전열을 정비 중이다. 정의선 회장도 지난 5일 현재 기술 수준에 대해 “중국 업체나 테슬라가 잘하고 있고, 우리가 조금 늦은 편”이라며 “격차가 있을 수는 있으나 더 중요한 것은 안전이기에 안전 쪽에 포커스(집중)를 두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자율주행 전략을 전면 수정하며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고가의 라이다(LiDAR) 중심 모델 대신 테슬라 같은 카메라 중심으로 선회하고, 자체 개발 중인 자율주행 AI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한 차량을 내년 하반기 공개하고, 2027년 부분 자동화인 레벨2에 인공지능(AI)과 센서 기술 등을 추가한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총괄해온 송창현 사장을 교체하고,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의 인력을 재배치하는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로보택시 사업에선 세계 1위 기술력을 가진 구글 웨이모와 아이오닉 5 기반 자율주행차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가장 큰 과제는 데이터 확보다. 테슬라가 전 세계 도로에서 실시간으로 오는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쌓고 있지만 현대차는 국내 특정 구간 테스트에 머물러 데이터의 양과 질에서 열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