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우리나라에 소형모듈원자로(SMR) 구축과 산업계 활용을 실증할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라고 권고했다.
IEA는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에 에너지 정책 10가지를 제안했다. SMR 실증 국가산단 조성도 여기에 포함됐다. SMR은 대형 원전(1000~1400㎿·메가와트)에 있던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등 주요 장치를 하나로 합쳐 300㎿ 안팎 출력으로 줄인 소형 원전이다. 사고 확률이 10억년에 한 번꼴로 비교적 낮고, 사고가 나도 피해가 제한적이라 ‘차세대 원전’으로 불린다. 다만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다.
IEA는 한국에 대해 “원자력 분야에 매우 숙련된 인력군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이 보유한 지식과 기술, 제조 능력 등을 지렛대 삼아 SMR을 건설·실증할 국가 산단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IEA는 한국이 SMR을 산업과 잘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SMR을 활용한 수소 생산’을 예로 들었다. IEA는 “원자력으로 수소를 생산하면 한국은 성장 산업의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이던 올해 초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4개 모듈로 구성된 SMR 1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는 현재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한 제12차 전기본 수립 작업에 착수한 상태인데, SMR에 대해서는 11차 전기본에서 수립한 계획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SMR과 관련해 “2028년까지 설계, 2030년까지 허가, 2030년 이후 설치를 시작해 2035년에 발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장관은 “예정대로 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며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실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 정부는 11차 전기본에 담긴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에 대해서는 공론화 과정을 다시 거치겠다며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원전 업계에서는 정부가 탈(脫)원전 비판을 피하려고 아직 기술 개발도 제대로 안 된 SMR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