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10곳 중 6곳은 내년도 투자 계획이 없거나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통상 리스크, 고환율 등 국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여파로 해석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110개사 응답)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세부적으로 ‘내년 투자 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43.6%, ‘투자 계획이 없다’는 15.5%였다.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조직 개편·인사 이동(37.5%),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5%), 내년 국내외 경제 전망 불투명(18.8%) 등을 꼽았다. 대기업들의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이 최근에야 마무리된 데다, 워낙 경영 상황이 좋지 않고 변수도 많아 투자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투자 규모를 축소하거나, 계획이 없다고 밝힌 기업들은 그 이유로 부정적인 내년도 국내외 경제 전망(26.9%),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위험(19.4%), 내수시장 위축(17.2%), 관세 등 트럼프발(發) 정책 불확실성(12.9%)을 들었다.
응답 기업 세 곳 중 한 곳(36.4%)은 인공지능(AI) 투자 계획을 세웠거나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절반 이상(55.1%)이 공정 자동화와 물류 최적화, AI 에이전트 등 생산·운영 효율화를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어 경영 의사결정 고도화(15.3%), 제품·서비스 혁신(12.7%) 순이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공급망 불안, 외환 변동성, 각종 규제 등이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며 “환율 안정 노력과 함께 첨단 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 규제 개선 등 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