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5일 특별 대담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5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대담을 갖고, “한국이 세계 AI 경쟁에 제대로 뛰어들려면 7년 안에 1400조원을 투입해 20GW(기가와트) 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규모 해외 투자를 유치할 기업과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AI 기반의 성장과 혁신’이란 주제로 열린 대한상의·한국은행 세미나에서 최 회장은 “AI 투자는 자동차나 반도체 투자금보다 0이 하나에서 두 개 이상 더 붙는 규모”라며 “다른 국가들보다 매력적인 기업을 많이 만들어야 해외에 어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전기나 에너지 등과 관련된 정책은 민간 기업이 전부 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재계에선 최근 SK그룹이 정부에 금산분리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의 발언이란 반응이 나왔다.

최 회장은 또 최근 제기되는 ‘AI 버블’에 대해서는 “주식 시장은 오버슈팅(실제 가치보다 주가가 더 오르는 것)하기 때문에 그 측면에서는 버블이 있지만, 산업이 계속 발전하면서 이 문제는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AI 시대 금융의 역할과 관련해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동의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법정 화폐 가치에 연동해 가격이 안정적(stable)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된 가상 자산이다. 그러나 스테이블 코인을 무작정 허용하면, 원화가 경쟁력을 잃어 국내 자본의 유출 우려가 있다는 게 한은 시각이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재산을 갖고 해외로 나가는 것에 규제가 있는데, 이런 규제를 계속 둘지 사회적 공감대 하에서 기술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