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4일 오전 10시 서울 코엑스에서 ‘제62회 무역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습니다. ‘관세 폭풍’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올해 연간 수출이 역대 최고인 7000억달러를 돌파해, 여느 해보다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그러나 행사 분위기는 ‘잔칫집’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평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무역의 날 기념식을 거의 예외 없이 찾아와 격려했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기념식에 불참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산업 역군 90명을 초청해 별도 오찬 행사를 열었습니다.
무역의 날(12월 5일)은 1964년 수출 1억달러 달성을 기념해 제정됐습니다. ‘수출입국(輸出立國)’을 외치는 나라에서 그 의미가 남달랐고, 총 61차례 행사에 역대 대통령이 불참한 건 4차례에 불과합니다. 박정희(1964년)·노태우(1989년) 전 대통령은 해외 순방 일정 때문에, 박근혜(2016년) 전 대통령과 윤석열(2024년) 전 대통령은 각각 국정 농단 및 계엄 사태 때문에 기념식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중대한 사정이 없는 이 대통령이 무역의 날 기념식에 불참한 것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무역협회 측은 “초청을 했지만 (대통령실에서) 답이 없었다”고 합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윤진식 현 무역협회장에 대한 ‘무언(無言)의 사퇴 압박’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윤 회장은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정책실장을 지냈고,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대선 캠프 경제 고문을 거쳐 작년 2월 무역협회장에 올랐습니다. 윤 전 대통령의 종친으로도 알려진 그가 무협 회장이 되자 ‘낙하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연유로,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은 이 대통령이 ‘전 정권 인사’를 만나는 걸 마뜩잖게 여겼다는 것입니다.
수출 한국호가 올 한 해 격랑을 딛고 사상 최고 실적을 세운 마당에 무역협회로서는 이런 논란이 불거지는 자체가 달가울 리 없을 것입니다. 민·관 원팀으로 ‘수출입국’ 신화를 계속 이어가려면, 한눈팔지 않고 뛰어도 힘겨운 상황입니다. 글로벌 관세 전쟁의 포성(砲聲)이 들려오는 지금, 기념식장의 대통령 빈자리는 이유를 떠나 아쉬운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