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2GW(기가와트) 수준인 육상풍력 발전 규모를 2035년까지 6배인 12GW로 늘리고, kWh(킬로와트시)당 180원대인 발전 단가도 150원 이하로 낮추겠다는 청사진을 3일 발표했다.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육상풍력 건설 기간을 현재 10년에서 6년으로 줄이고, 300기 이상의 국내 생산 터빈을 공급해 국산 풍력의 경쟁력을 키우겠다고도 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10년간 전국의 산 능선에 대형 풍력발전기 약 2500기를 설치해야 한다. 대규모 산지 훼손 없이는 불가능한 목표다.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단가가 비싼 국산품을 쓰면서 발전 단가를 낮추겠다는 목표도 양립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5년 내 육상풍력 발전 3배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3일 서울 여의도 전력기반센터에서 김성환 장관 주재로 ‘육상풍력 범정부 보급 가속 전담반(TF)’ 첫 회의를 열고 ‘육상풍력 발전 활성화 전략’을 발표했다. 현재 2GW 규모인 육상 풍력 발전을 2030년 6GW, 2035년 12GW로 늘리겠다는 게 요지다. 기후부는 ‘도전적인 보급 목표’라고 표현했다.
정부는 범정부 협업을 통해 인허가에 드는 시간을 지금보다 최대 4년 단축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공공 주도로 바람이 잘 부는 대규모 공공 입지를 발굴해 현재 kWh당 180원대인 발전 단가도 150원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기후부는 2030년까지 국내 생산 육상 터빈 300기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값싼 중국산 부품이 장악한 태양광 시장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10개사에 달했던 국내 육상 터빈 제조사는 현재 유니슨 한 곳만 남았다.
◇전국 산 정상과 능선에 풍력발전 2500기 박아야
에너지 업계에선 해상 풍력의 굼뜬 확산 속도에 다급해진 정부가 육상 풍력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상 풍력은 이재명 대통령 공약인 ‘에너지 고속도로’ 구현의 핵심 축이지만, 비싸고 건설 속도도 더뎌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육상 풍력 확대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이번 정부 전략에 허점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우선 환경적 모순이다. 정부가 풍력 발전기를 대거 설치하겠다는 입지는 백두대간 또는 경관이 우수한 산악 지역이다. 4MW급 풍력발전기 1기를 설치하려면 축구장 여러 개 면적의 산림 훼손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정부 목표대로라면 향후 10년 동안 1.5일에 1개꼴로 전국 산지에 풍력 발전기 총 2500기, 연간으로는 250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수년간 연평균 설치량은 25~50기에 불과했다. 산사태 위험 지역이나 생태 보존 가치가 높은 백두대간의 개발 허들을 낮출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실제로 기후부는 터빈 대형화 추세를 반영해 개발 행위 허가 기준을 현 10만㎡에서 20만㎡ 이내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산지를 더 넓게 깎아낼 수 있도록 빗장을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산지 훼손 규모와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00기 풍력발전기를 전력 계통에 연결하는 것도 문제다. 대규모 육상풍력발전 단지 후보지들은 에너지 다소비 지역인 수도권과 먼 지역들이다. 전력망 확충이 병행되지 않으면 풍력발전기들은 ‘유령 발전소’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은 필연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져 송전망 연결이 어렵거나 설치·유지 보수 비용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발전 단가는 낮추고 국내 생산 터빈 공급은 늘리겠다는 것도 동시에 달성하기 힘든 목표라는 분석이다. 풍력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비싼 국산 터빈 사용 부담을 사업자에게 떠넘기면 발전 단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은 국산 대비 20% 이상 저렴한 가격 공세를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