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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들어 항공업계에선 악재가 이어졌다. 지나치게 많은 항공사가 경쟁하며 공급 과잉 현상이 뚜렷했고, 환율이 치솟으면서 비용 부담은 부쩍 커졌다. 미국 고관세 정책으로 물동량도 줄어 화물 수입도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모처럼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중국의 ‘한일령(限日令)’ 덕분이다. 중국 정부가 일본과 문화 교류를 사실상 닫는 이 조치를 발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항공업계 내부에선 한국이 ‘반사이익’을 거둘 수도 있겠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일본으로 향하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한국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것이다.

때마침 올해 본격 시행된 ‘한중 무비자 제도’에 맞춰 중국 노선을 늘려온 국내 항공사들에게는 한일령이 절묘한 타이밍에 나온 셈이 됐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한국 등 9국 국민에 대한 15일 체류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고, 한국 정부는 9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여행 비수기라 당장 커다란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내년 봄부터는 중국인들의 근거리 해외 수요를 한국이 대거 흡수할 것으로 보고 추가 증편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인천 연수구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있다. 지난 9월 말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시행된 데다, 최근 중국 정부의 일본 관광 자제령 등 중일 갈등이 더해지면서 우리 항공업계엔 반사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픽=백형선

◇中, 12월 일본행 항공 904편 운항 중단

이미 중국 관광객들이 일본행을 포기하는 사례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업계에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대만 유사(有事·전쟁 등 긴급 사태) 시 자위대의 무력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뒤,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을 강력히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린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달 29일 중국 항공사들이 12월 운항 예정이던 일본행 노선 5548편 중 904편(16%)의 운항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간사이공항 측도 기자회견에서 “간사이국제공항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12월 둘째 주 예정보다 34% 감소했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사흘간 약 49만건의 일본 방문 항공권이 취소됐다. 중국 국적 항공사들은 여기에 호응하듯 일본행 항공편에 대해 무료 취소 및 변경 수수료 면제 등을 실시했다. 기업 단체 여행과 유학생 사전 답사 일정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JNTO(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올해 1~10월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820만3100명으로 한국(766만800명)을 앞선 1위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일본을 찾는 중국인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었는데, 일본 방문을 취소하고 인근 국가로 발길을 돌릴 경우 한국을 찾을 가능성도 적지 않아 관광업계 기대도 크다”고 했다.

◇반사 이익 기대하는 항공사들

항공업계는 한일령을 계기로 한국과 중국의 하늘길이 크게 붐비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올 들어 무비자 제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대형 항공사뿐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까지 가세해 한중 노선을 확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노선 운항 편수는 10만1719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만1574편)보다 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탑승객 수도 1408만4726명으로 전년(1156만910명)보다 21.8% 늘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국 방문이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이었는데 10월 한 달간 47만2000명의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1년 전보다 20% 늘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0월 주당 194회였던 중국 노선을 올해 10월부터 203회로 확대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내년 3월부터 중국 노선을 약 19% 증편해 주당 165회를 운항할 예정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가운데 중국 노선을 8곳으로 가장 많이 운영하고 있는 제주항공의 경우, 올해 1~10월 중국 노선 탑승객이 49만5000여 명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49만2900여 명)을 넘어섰다. 제주항공은 중국 여행 수요 증가에 맞춰 4월 말부터 하계 기간 인천~웨이하이 노선을 주 7회에서 10회까지 늘리고, 7월에는 부산~상하이(푸둥)에 신규 취항하며 노선을 확대했다. 티웨이항공도 인천~우한, 대구~장자제 등 지방 공항 중심으로 중국 소도시 노선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