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올 때 기준가 역할을 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이 4년 2개월 만에 kWh(킬로와트시)당 100원 밑으로 떨어졌다. 3년 반 동안 70% 급등한 산업용 전기료 탓에 우리 기업들 경쟁력이 후퇴 상황에서 요금 인하 압력이 더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통합(육지+제주) SMP가 kWh당 94.81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kWh당 98.77원을 기록한 2021년 9월 이후 50개월 만에 10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2019년 연간 기준 90.74원 수준이던 SMP는 코로나 팬데믹과 공급망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2022년 196.65원까지 치솟았다. 월별로 보면 2022년 12월에는 kWh당 267원까지 올라갔다.
이후 발전 연료인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차츰 안정화하면서 SMP도 낮아졌다. 미국 에너지청은 현재 배럴당 60달러 수준인 국제유가(WTI 기준)가 내년에는 50달러 초반대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MP 역시 당분간 하향 안정화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달 말 내년도 1분기(1~3월) 전기 요금 조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전력 당국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어졌다. 현재 석유화학·철강 등 불황을 겪고 있는 제조업계의 산업용 전기 요금 인하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서다. 산업용 전기료는 2021년 kWh당 105.48원에서 올해 상반기 179.23원으로 70% 급등했다.
여론 악화를 의식한 과거 정부들이 연료비 급등에도 전기료 인상을 외면(문재인 정권)하거나, 주택용보다 저항이 덜한 산업용 요금 위주로 인상(윤석열 정권)한 탓이다. 기업들은 한전을 거치지 않고 발전소와 직접 협상을 벌여 전기를 사는 ‘전력 직접 구매 제도’를 신청하는 등 전기료 부담을 조금이라도 낮추려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한전 부채가 200조원을 웃돈다는 점, 인공지능(AI) 시대 전력망 확충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점까지 감안해야 하는 정부로선 전기 요금 인하 카드를 쉽게 꺼내기도 힘들다. 한전 부채는 올해 3분기 기준 205조3402억원에 달한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증축 등을 위해 2027년 연결 기준 20조원에 달하는 설비 투자(CAPEX)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