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와 가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 빈국(貧國) 한국에서 해외 자원 개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그러나 대한민국 자원 안보의 가장 큰 적은 자원 산지의 열악한 환경도, 예측 불허인 원자재 가격도 아니었다. 5년마다 바뀌는 정권의 ‘변덕’이었다.
역대 정부가 추진했던 해외 자원 개발 사업들이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의 비리’ 혹은 ‘적폐’로 낙인찍혀 공중분해되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원 개발은 탐사부터 생산, 수익 창출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초장기 레이스인데, 한국은 이를 5년 단임 정권의 성과 지표로만 평가하다가 스스로 기회를 걷어차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해외 자원 개발은 김대중 정부가 2001년 최초로 ‘해외 자원 개발 기본 계획’을 수립하며 닻을 올렸다. 이어 노무현 정부가 아프리카와 몽골 등으로 자원 외교를 확대해 현지 광산 지분 확보를 시도하면서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해외 자원 개발을 국책 사업으로 키운 것은 이명박 정부였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총 169개 사업에 35조8000억원 투입을 계획했고, 실제 27조원이 집행됐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뒤늦게 뛰어들다 보니 ‘상투’를 잡은 경우가 많았다.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자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한국광물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의 멕시코 볼레오 구리 광산과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석유·천연가스 업체 하베스트에 대한 투자가 대표적이다. 볼레오 광산에는 2008년부터 2023년까지 16억7940만달러(약 2조2346억원)를 투자했지만 1억8120만달러(약 2400억원)를 겨우 회수했다. 하베스트에는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62억9500만달러(약 8조8000억원)가 투자됐지만 3600만달러(약 500억원)를 건졌다.
박근혜 정부는 해외 자원 개발을 ‘실패’가 아닌 ‘적폐’로 규정했다. 부실 자산 정리를 명분으로 헐값 매각을 종용하거나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자원 외교 지우기’에 나섰다. 당시 사업에 참여했던 공기업들은 관련 자산을 여럿 매각했다. 문재인 정부는 해외 자원 개발 예산을 삭감하고 탈석탄·재생에너지 확대란 방향으로 나아갔다. 윤석열 정부 들어 관련 사업 재개를 시도하긴 했지만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며 이마저도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끈기 있게 보유한 자산들 중 일부는 뒤늦게 빛을 발하고 있다. ‘실패한 투자’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한국가스공사의 호주 프렐류드(Prelude) 가스전 사업이 대표적이다. 2011년 MB 정부 당시 약 2조원을 투자한 이 사업은 첫 생산이 시작된 2019년 351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세금 낭비”라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2020년 순이익 40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더니, 지난해에는 696억원, 올해는 3분기까지만 668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알짜 배당처’로 변신했다. LNG 가격 상승과 안정적인 생산 궤도 진입이 맞물린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자원 개발은 초기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수익은 나중에 큰 이익이 나는 ‘J커브’ 곡선을 그린다”며 “이명박 정부 때 심은 나무가 이제야 열매를 맺는데, 그사이 나무를 다 베어 버린 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