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1조2000억원을 투자해 경기 안성시에 대규모 배터리 연구·개발(R&D) 허브를 조성한다. 그룹 내 첫 배터리 특화 R&D 거점으로, 배터리가 현재 진행 중인 전기차 전환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로봇, AAM(미래항공모빌리티), 수소 관련 산업 등에 필수 요소란 점을 감안한 투자다. 현대차그룹은 이 허브를 통해 배터리 관련 기술을 내재화하려 한다. 스스로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배터리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을 수동적으로 사다 쓰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로봇 등 주요 제품에 최적화한 배터리를 주문해 맞춤형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28일 경기 안성시 제5일반산업단지 내에서 ‘미래 모빌리티 배터리 안성 캠퍼스 상량식(上樑式)’ 행사를 열고, 본격적인 배터리 R&D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 배터리 캠퍼스는 산단 내 연면적 약 11만1000㎡ 규모로, 내년 말 준공이 목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 16일 발표한 125조2000억원 규모 국내 투자에 포함된 계획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현대차·기아는 경기 남양연구소와 의왕연구소 등에서 배터리 소재, 셀 설계 및 공정 기술에 대한 선행 연구를 수행해 왔다. 기존 연구소에서 초기 설계·공정에 대한 검증을 수행한다면 안성 캠퍼스는 개발한 배터리가 실제 차량에 탑재할 수 있는 수준의 품질을 갖췄는지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현재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차세대 전기차,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등에 탑재될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 셀을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 9월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기존 대비 가격은 30% 낮추고, 에너지 밀도는 15% 높이며 충전 시간은 15% 줄인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를 2027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분야에만 2032년까지 9조5000억원 규모 투자 계획도 밝힌 바 있다. 로봇, AAM 등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이 캠퍼스에서 연구·개발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양희원 현대차·기아 R&D본부장(사장)은 “배터리 캠퍼스는 국내 배터리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산업 간 협업과 기술 고도화를 촉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