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개최한 ‘2025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7기 스타트업과 졸업 스타트업 대표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육성하는 사외 유망 스타트업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 7기의 성과를 공유하고, 투자 유치와 사업 협력 확대를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 /삼성그룹 제공

삼성그룹은 ‘인재제일’의 경영철학에 따라 대규모 채용 확대와 파격적인 보상 제도를 잇달아 내놓으며 인재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이어진 반도체 업황 부진과 대규모 해외 투자 부담 속에서도 국내 일자리 창출과 우수 인재 확보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5년간 6만명 대규모 채용

삼성은 지난 9월 향후 5년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간 1만2000명 규모로 국내 그룹 중 최대 수준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8월 대통령실 경제인 간담회에서 “대미 투자와 별개로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국내 직원 수는 2019년 말 약 10만5000명에서 올해 6월 말 약 12만9000명으로 23% 증가했다. 주요 사업의 업황과 무관하게 미래 준비를 위한 국내 투자와 채용을 지속한 결과다. 앞으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요 부품 사업,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산업, 핵심 기술로 급부상한 인공지능(AI) 분야를 중심으로 채용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삼성은 1957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공채 제도를 여전히 유지하며 인재제일의 경영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다. 올해 하반기 공채에도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19개 계열사가 참여해 삼성직무적성검사(GSAT)와 면접 등을 통해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1993년 대졸 여성 공채 신설, 1995년 학력 요건 폐지 등 차별 철폐와 ‘열린 채용’ 문화를 선도해온 전통도 이어가고 있다.

◇수평적 조직·과감한 발탁 등 인사제도

이재용 회장은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물론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을 바꾸자”며 조직 혁신을 줄곧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 조기 승진 기회 및 과감한 발탁 승진 확대, 평가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인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조직의 활력과 유연성을 높여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3년간 주가 상승폭에 따라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지급하는 성과연동 주식보상 제도(PSU)를 도입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주가가 오를수록 보상이 커지는 구조로, 단기 성과에 대한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달리 중장기 성과를 주식으로 보상하는 선진형 방식이다. 회사와 임직원이 함께 성장하고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삼성은 직접 채용 외에도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사회공헌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의 청소년 교육·상생협력 관련 프로그램은 직간접적으로 8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삼성 청년 SW·AI 아카데미(SSAFY)’는 서울·대전·광주·구미·부산 등 전국 5개 캠퍼스에서 운영되며, 2018년 이후 8000명 이상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이 중 85%가 2000여 기업에 취업해 실전형 인재로 활약하고 있다.

자립준비 청년을 위한 ‘희망디딤돌 2.0’ 사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2023년 출범 이후 125명 중 64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또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이들이 혁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며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인재경영 강화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분석한다. 삼성 관계자는 “반도체와 AI 등 첨단 산업에서 우수 인재 확보가 곧 경쟁력”이라며 “삼성이 어려운 시기에도 채용과 보상을 강화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