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전남 여수시 한국산업단지공단 전남지역본부 대회의실에서 김정관(오른쪽에서 넷째) 산업통상부 장관과 석유화학 기업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여수 지역 석유화학 기업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26일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대산 공장 설비를 통합하는 내용의 석유화학 사업 재편안을 확정하고 정부에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 정부가 공급 과잉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에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주문한 지 3개월여 만에 ‘사업 재편 1호’ 사례가 나온 것이다. 이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국내 최대 석유화학 단지인 여수를 찾아 ‘연말까지 재편안을 내지 못하면 향후 정부 지원은 없다’며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했다.

양사는 이날 공시를 통해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 참여를 위해 산업통상부에 사업재편계획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정부가 ‘자율적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이후 업계에서 도출된 첫 번째 대형 합의다.

그래픽=박상훈

◇대산서 나온 ‘1호 빅딜’

재편안의 핵심은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 나프타분해설비(NCC)의 ‘원 팀(One Team)’ 운영이다. 롯데케미칼이 자사 대산 공장을 물적 분할해 기존에 HD현대오일뱅크와 40대60 지분으로 운영해 온 합작사 HD현대케미칼에 흡수 합병하는 방식이다. 롯데 측 설비가 추가됨에 따라 합병 법인의 지분율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50대50으로 나누게 된다. 따로 가동되던 설비를 하나로 통합해 운영 효율을 높이게 된다.

업계에서는 합병을 계기로 일부 설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8월 정부는 국내 전체 NCC 설비용량 1470만t 중 18~25%인 270만~370만t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줄이라고 했다. 극심한 공급 과잉을 해소하려는 차원이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어떤 설비를 가동 중단할지 규모나 방식을 두고 최종 논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일부 설비의 가동률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사업 재편안을 승인하지 않을 방침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일부 설비는 가동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선 상대적으로 더 노후화한 롯데 측 설비가 가동 중단 대상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김정관 “기한 내 참여 않으면 향후 지원 배제”

대산에서 첫 빅딜 신호탄이 나온 이날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를 찾아 압박 수위를 높였다. 김 장관은 ‘여수 석유화학 기업 사업재편 간담회’를 열고 LG화학, 롯데케미칼, GS칼텍스, 여천NCC, DL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6개 사 대표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구조조정 데드라인을 ‘올해 연말’로 못 박았다. 김 장관은 “계획서 제출 기한 연장은 절대 없다”며 “시한을 맞추지 못한 기업은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며, 향후 위기에는 ‘각자도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기업 대표들은 “긴밀하게 소통·협의하고 있다”며 “올 연말까지 사업재편 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여수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NCC 통합을 논의 중이고, 울산에서는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에쓰오일 3사가 업무 협약을 맺고 외부 컨설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에쓰오일이 초대형 석유화학 복합 시설인 ‘샤힌 프로젝트’ 설비를 내년 본격 가동하는 울산에서는 NCC 설비 매각을 추진해온 SK지오센트릭과 이를 인수하려는 대한유화 간 가격 협상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석유화학 기업들은 산업용 전기 요금 부담을 호소하며 정부 지원을 호소했다. 김 장관은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인한 기업 부담에 대해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향후 요금 조정은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등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도록 전력 당국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