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의 1만30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 /HD현대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HMM으로부터 1만 34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8척의 건조 계약을 수주했다고 24일 밝혔다. 총 계약 금액은 2조1300억원이다. 이날 계약까지 포함해 HD현대가 올해 따낸 컨테이너선 수주는 72만TEU 규모(총 69척)로 총 97억달러(14조3140억원)에 이른다. 조선업 호황기였던 2007년(79만3473TEU) 이후 18년 만에 최대 규모다.

HD현대뿐만 아니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 모두 올해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 비율이 크게 늘었다. 조선 빅3가 올해 수주한 총 191척 가운데 91척(47.6%)이 컨테이너선이다.

컨테이너선은 대량의 무역 화물을 컨테이너 단위로 싣고 운반하는 선박이다. 컨테이너선은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선박이 아닌 데다 저렴한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과의 가격 경쟁 부담이 커서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수주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친환경 선박 도입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3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 줄이는 것을 비롯해 선박을 대상으로 한 환경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배출량 기준을 넘으면 막대한 벌금을 내야 한다. 선주들이 노후화된 선박 등을 탄소 배출이 적고 연료 효율이 높은 신형 선박으로 교체하고 있는 이유다. 전통적인 선박용 연료인 중유 외에도 LNG, 암모니아, 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를 함께 쓸 수 있는 이중연료 선박이 대안으로 떠오르며, 이 분야 선두주자로 꼽히는 우리 조선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정학적 변수도 작용했다. 미국이 최근 중국 제작 혹은 중국 소유 선박에 대해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려다 유예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치적 제재가 언제든 다시 가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탓에 한국 조선소를 찾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슬람 무장 단체 후티가 상선을 공격하는 홍해 사태 등으로 우회 항로 이용이 늘면서 물류 흐름이 느려지자, 컨테이너선 수요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