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24일 회사를 떠나며 석유공사가 추진해온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는 정부·여당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사장은 2차 탐사 시추에 글로벌 석유 대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힌 사실을 공개하며 “동해 심해에 대형 석유·가스전이 있을 가능성을 세계적 기업이 재확인시켜준 것”이라고도 했다.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24일 울산 석유공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임직원에게 발언하고 있다. / 한국석유공사

김 사장은 이날 오전 울산 석유공사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해 “석유공사에서 국내 해양 자원 안보 마스터 플랜인 ‘광개토 프로젝트’를 시작해 국내 자원 개발의 비전을 제시했다”며 “광개토 프로젝트의 일환인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업”이라고 했다.

광개토 프로젝트는 석유공사가 대한민국 영해 전체를 대상으로 해양 주권을 확보하고,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자 2022년 수립한 국내 대륙붕 개발 종합 계획이다. 오는 2031년까지 총 24공의 탐사 시추와 1.7만㎢의 물리 탐사를 통해 새로운 가스전을 개발하고, 연 400만톤(t) 규모의 CCS(탄소포집저장) 저장소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사장은 문재인 정권 시절이던 2021년 석유공사 사장에 취임해 광개토 프로젝트를 주도해왔다. 그는 “자원 불모지라 여겨졌던 우리 땅에서 그간 축적한 심해 데이터를 총괄해 정밀 분석하고, 글로벌 전문가와 유망 구조를 발굴했다”며 “비록 첫 시추(대왕고래) 결과는 건공(乾孔·석유나 가스가 나오지 않는 시추공)이었지만, 이 과정에 얻은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료를 재해석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했다.

김 사장은 “더욱 중요한 성과는 우리 기술력과 노력으로 글로벌 메이저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라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내부 절차가 마무리됐고, 협상을 위한 만반의 준비도 돼있다”고 했다.

김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현재 동해 심해 가스전 2차 탐사 시추에 제동을 걸고 있는 여당과 정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석유공사는 엑손모빌 심해 가스전 탐사팀 출신인 비토르 아브레우가 운영하는 액트지오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대왕고래를 포함한 7개 유망 구조에 최대 140억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물리 탐사 분석 자문 결과를 바탕으로 독자 개발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1인 기업인 액트지오를 자문사로 선정한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대왕고래에서 유의미한 시추 결과가 나오지 않자, 그 사이 여당이 된 민주당은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전반에 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산업통상부가 이에 호응하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해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석유공사는 두 번째 탐사 시추를 위해 내부적으로 영국계 오일 메이저 BP를 공동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산업부는 승인을 미루고 있다. 김 사장은 “세계적 기업이 한국의 심해 탐사에 자본과 기술을 투입하겠다고 한 것은, 동해 심해에서 대형 석유·가스전을 발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재확인시켜준 쾌거”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글로벌 오일 메이저 셸에서 20년 넘게 근무하고 SK이노베이션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자원 개발 전문가다. 지난 9월 사장 임기가 끝났으나, 동해 심해 가스전 외자 유치 등 중요한 업무가 한창 진행 중이다 보니 업계에서는 후임 사장 인선 때까지는 김 사장이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치권 압박과 감사원 감사 등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