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평택항 모습. /뉴스1

산업연구원이 내년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반도체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 주력 산업의 수출이 미국발(發) 무역 갈등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뒷걸음질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에 힘입어 민간 소비가 전체 성장세를 떠받치는 구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24일 발표한 ‘2026년 경제·산업 전망’에서 민간소비가 올해보다 1.7% 증가, 설비투자는 1.9% 각각 늘 것으로 내다보며 내년 한국경제의 중심 동력이 ‘내수 회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가·금리의 하향 안정으로 실질소득이 개선되고, 정부 재정 투입이 올 하반기부터 소비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 소비는 올해 초 0%대 부진에서 벗어나 하반기 들어 내구재·서비스를 중심으로 뚜렷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가계부채는 최대 리스크로 남았다. 한국 가계부채는 2024년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금리가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리금 부담이 소비 회복의 ‘불씨’를 언제든 꺼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기별로 보면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부진한 상고하저(上高下低) 패턴이 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성장률을 2.2%, 하반기를 1.5%로 각각 제시했다. 미국 금리 인하 시점, 글로벌 경기 흐름, 관세 정책 등 대외 변수의 변동성이 큰 탓이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올해보다 낮은 평균 1391.7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 고지를 돌파한 뒤 내년에는 기저효과에 따라 0.5% 역성장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조선 인도량 증가 등에 힘입어 7005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이는 일본의 연간 수출 규모(2024년 7075억달러)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교역 부진에 기저효과가 겹쳐 6971억달러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종별 전망은 희비가 갈린다. 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DDR5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수출이 4.7% 증가하며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지만, 자동차는 미국의 15% 관세가 내년부터 본격 반영되면서 0.6%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5.0%), 정유(–16.3%), 석유화학(–2.0%) 등 소재 산업군은 글로벌 공급과잉과 중국발 가격 경쟁으로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조선(–4.0%)·일반기계(–3.7%) 등 기계산업군도 부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전반적으로 보면 반도체 중심 의존성이 많이 강화된 데 반해서 다른 주력 산업의 경쟁력은 상당한 도전을 받고 있다”며 “내년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우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은 보호무역 강화와 기술 전환 속도 가속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시장 다변화·공급망 안정화 등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