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에 잇달아 성공하며 ‘컨테이너선 풍년’을 맞고 있다. 컨테이너선은 화물을 컨테이너 단위로 싣고 운반하는 선박으로 소비재와 공산품 등 대량 무역 화물을 실어 나르는 주요 해상 운송 수단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컨테이너선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고 중국과의 가격 경쟁이 부담돼 국내 기업들이 기피했던 선종이었지만, 최근엔 환경 규제와 선박 노후화에 따른 교체 수요에 힘입어 수주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컨테이너선 줄줄이 수주
24일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HMM과 1만 34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8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계약금액은 2조 1300억 원 규모다. 이번 계약으로 2007년 조선업 수퍼사이클 이후 18년 만에 역대 최대 컨테이너선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20일 컨테이너선 7척을 약 2조 원에 건조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수주 선박은 2029년 11월까지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올해 총 69억 달러(약 10조 1300억 원)의 수주고를 기록했는데, 이번 계약이 약 10%를 차지한다. 한화오션도 올해 수주한 전체 선박 37척 중 13척이 컨테이너선이다.
올해 들어 국내 조선업계에서 핵심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꼽히던 LNG선 수요는 공급 과잉 등으로 감소한 반면, 컨테이너선 수요는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내놓은 ‘해운·조선업 2025년 3분기 동향 및 2026년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수주량은 올해 3분기 누적 734만CGT로 작년보다 16.7% 감소했다. 선종별로 보면, 컨테이너선 수주량은 378만CGT로 226.0% 증가했고, LNG선 수주는 147만CGT로 63.6% 감소했다.
◇탄소 많이 배출하는 배, 교체해야
국내 조선사들의 컨테이너선 수주 러시는 선박 환경 규제를 둘러싼 국제적 흐름, 그리고 미중갈등 등이 맞물리며 나타난 결과다.
우선 가장 큰 요인은 친환경 규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3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 줄이고, 2027년부터는 5000톤 이상 선박에 강화된 연료유 탄소 규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규제를 어길 경우, 초과 배출량 1톤당 최대 380달러에 달하는 탄소세가 부과된다. 이에 따라 선주들은 탄소 배출이 적고 연료 효율이 높은 신형 선박으로의 교체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이 중국 제작 혹은 중국 소유 선박에 대해 입항료 부과를 검토하는 등 정치·무역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발주는 그간 중국 조선소 위주였지만, 미국의 규제 등을 피해 국내 조선소를 찾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