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붕괴와 인구 유출,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화는 30~40년 전 선진국들이 거쳐 간 길이다. 스웨덴 말뫼, 미국 피츠버그, 독일 루르 공업지대는 ‘사망 선고’에 가까운 경제적 쇠락을 겪었지만, 대학 유치와 신산업 육성으로 지식 기반 도시로 부활하는 데 성공했다.

스웨덴 항구 말뫼는 1990년대 조선업이 무너지며 인구 23만명 중 약 3만명이 실직했다. 2002년 현지 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이 해체돼 한국 현대중공업으로 팔려갈 때, 현지 언론은 ‘말뫼의 눈물’이라 불렀다. 말뫼시는 조선소 부지에 공장이 아닌 말뫼대학교를 세우는 파격을 택했다. 젊은 인재가 모여들자 게임·IT 기업이 뒤따랐다. ‘캔디크러시사가’ 제작사 킹(King) 등 글로벌 게임사와 스타트업들이 둥지를 틀면서 말뫼는 인구 36만명을 돌파하며 스웨덴에서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젊은 도시’로 탈바꿈했다.

듀오링고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글로벌 학습 플랫폼 ‘듀오링고’의 본사 건물. 이 지역의 카네기멜런대학 출신이 2011년 설립해 시가총액 약 11조원의 지역 핵심 기업으로 성장했다.

‘철의 도시’ 미국 피츠버그는 1980년대 초 철강 산업이 쇠락하며 실업률이 17%까지 치솟고, 인구의 절반이 도시를 떠났다. 피츠버그의 생존 전략은 ‘교육과 의료’였다. 컴퓨터공학 명문 카네기멜런대(CMU)와 피츠버그대 의료센터(UPMC)를 축으로 도시 전체를 연구개발 테스트 베드로 제공했다.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과 로봇·자율주행 업체들이 CMU 인재를 선점하려 몰려든 덕분에 ‘로보버그(Roboburgh)’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라인강의 기적’을 이끌었던 독일 루르는 석탄·철강 산업 사양화로 대량 실업 사태를 겪었다. 루르의 해법도 ‘지식 산업 생태계’ 조성이었다. 종합대학 5곳, 단과대학 17곳, 연구기관 25곳이 밀집한 루르는 주민 20명 중 1명이 대학생이다. 1989년부터 ‘엠셔 파크(IBA Emscher Park)’ 프로젝트를 통해 폐광과 제철소 부지를 생태 공원과 문화 시설, 친환경 테크노파크로 전환했다.

이들 도시의 부활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루르의 엠셔 파크 사업은 10년, 말뫼 모델은 최소 15년 이상이 걸렸다. 한국은 주요 대학과 연구 기능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대학이 중심이 된 해외 모델을 창의적으로 적용할 상상력과 전략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