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로 독립한 제네시스가 출시 10주년을 맞아 고성능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100년 넘은 브랜드가 즐비한 시장에서 제네시스는 10년만에 럭셔리 브랜드 10위를 꿰차며 시장을 흔들었다. 제네시스 인기에 힘입어 현대차는 도요타, 폴크스바겐에 이어 판매량 기준 세계 3위, 수익성 기준 세계 2위의 자동차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초기 기획부터 외부 인사 영입, 조직 개편까지 출범 전 과정을 주도한 브랜드다.
◇내년 1월 고성능 모델 출시
현대차는 20일(현지 시각)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인근의 르 카스텔레(Le Castellet)에서 가진 제네시스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고성능 라인 ‘마그마(MAGMA)’의 첫 양산 모델 ‘GV60 마그마’를 공개했다. 제네시스 최초의 서브 브랜드인 마그마는 화산 폭발 전 지하 깊은 곳에 고온, 고압 상태로 들끓고 있는 암석으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에너지’를 상징한다.
GV60 마그마는 강렬한 오렌지색 외관에 최고 650마력의 출력, 제로이백(200㎞/h)을 10.9초만에 도달하는 고성능 전기 SUV다. 기존 GV60보다 넓고 낮은 차체에, 범퍼와 옆면 등에 세 개의 구멍을 낸 특유의 ‘3홀(3-hole)’ 디자인을 적용했다. 고속 주행시 차체를 눌러주는 날개 모양의 ‘리어 스포일러’도 장착했다. 내년 1월 출시 예정으로 가격은 미정이다.
내부에도 오렌지색을 곳곳에 적용하고, 최초로 전동 기능을 탑재한 마그마 전용 버킷 시트를 장착해 기존 제네시스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스티어링 휠 왼쪽 아래에 달린 오렌지색 ‘마그마 버튼’을 누르면 최고 성능을 내는 ‘스프린트(Sprint)’, 성능과 효율을 고르게 배분한 ‘지티(GT)’, 운전자 맞춤 설정이 가능한 ‘마이(My)’ 모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휠 오른쪽 아래에 달린 ‘부스트’ 버튼을 누르면 최대 15초간 차량의 출력, 토크가 일시적으로 상승해 차가 솟구쳐 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CEO(최고경영자)는 “제네시스가 신생 ‘럭셔리’ 브랜드에서 ‘럭셔리 고성능’ 브랜드로 거듭나는 순간”이라며 “향후 10년간 모든 제네시스 모델에 ‘마그마 수퍼히어로 버전’이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이날 고급 세단 G90에 스포츠 디자인을 접목한 ‘G90 윙백 콘셉트’, 우아한 스포츠카 외형에 양문이 날개처럼 위로 열리는 ‘마그마 GT 콘셉트’도 함께 공개했다. 회사 측은 마그마 GT 콘셉트에 대해 “제네시스가 향후 10년간 구축할 방향성을 이상적으로 제시한 모델”이라며 “정제된 감성과 모터스포츠 정신을 집약했다”고 설명했다.
무뇨스 CEO는 “2030년에는 마그마 모델이 제네시스 전체 판매량의 10%를 차지할 것”이라며 “마그마미아!”라고 외쳤다. ‘맙소사’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맘마미아’에 마그마를 차용한 것이다.
◇모터스포츠에 힘 실어, 수익성 강화
그간 조용한 ‘사장님 차’의 대명사였던 제네시스가 엔진 으르렁거리는 ‘고성능 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향후 10년의 브랜드 전략에 있어 고성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 시장에는 포르쉐, BMW M, 메르세데스-벤츠 AMG 등 운전자 가슴을 뛰게하는 쟁쟁한 브랜드들이 포진해있다. 지난 10년간 럭셔리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해 온 제네시스 입장에서 충성 고객층을 확장하며, 고수익 전략을 구사하려면 반드시 진입해야 할 시장이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CDO(글로벌 디자인 본부장) 겸 CCO(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사장)는 “대부분의 브랜드는 공격적이고 극한의 주행을 추구하지만 우리는 균형을 추구한다”며 “마그마는 열정적이면서도 침착함을 잃지않는 ‘좀 더 악동 같은 제네시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마그마를 앞세워 현재 연 22만5000대인 제네시스 판매량을 2030년까지 55% 성장한 35만대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는 ‘마그마’에 힘을 싣기 위해, 지난해 12월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GMR)’이란 모터스포츠 팀을 출범시킨 바 있다. 속도 중심의 레이스보다는 내구(耐久) 레이스로 유명한 ‘르망24시’ 등에 출전해 마그마의 내구성과 신뢰도를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르 카스텔레를 마그마 첫 양산차의 공개 장소로 잡은 것도 GMR팀 감독, 선수를 비롯한 스태프 50여명이 머무르는 본부 역할의 ‘GMR 워크숍’과 서킷(자동차 경주장)이 이 곳에 있기 때문이다. 워크숍 내부에는 오렌지색 레이싱카 ‘GMR-001 하이퍼카’가 전시돼 있었다. 차량 외관에는 한글 ‘마그마’가 곳곳에 새겨져있고, 벽면의 팀 로고 역시 한글을 본뜬 ‘ㅁㄱㅁ’ 모양의 도형이었다. GMR팀은 이 차량으로 내년 WEC(세계 내구 선수권) 하이퍼카 클래스에 출전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마그마 레이싱팀을 통해 기술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R&D(연구개발) 실험을 진행하고, 여기서 얻은 결실은 마그마 양산차로 이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