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최근 불거진 ‘금산(金産) 분리’ 논란과 관련해 “금산 분리(규제 완화)를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대규모 인공지능 분야) 투자를 감당할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의 등이 개최한 기업성장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금산 분리 규제는 대기업 같은 산업 자본이 은행이나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를 경영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다.
논란의 배경은 이재명 대통령의 연이은 지시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를 만난 뒤 “AI와 반도체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전략 산업”이라며 대규모 투자를 돕기 위해 금산 분리 규제 완화를 검토하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에도 AI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 영역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공공 투자 기관’ 관련 제도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금산 분리 규제 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사실상 SK하이닉스 한 곳을 위한 원포인트 특혜성 완화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삼성전자는 금산 분리와 무관하게 보유 현금 등으로 대규모 투자금을 충당할 수 있지만, 자체 투자 여력이 약한 SK그룹은 금산 분리가 완화되면 지주사인 SK가 펀드를 꾸려 SK하이닉스에 투자할 수 있게 돼 수혜를 본다는 것이다.
최 회장의 발언은 이런 논란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그는 “저희가 원하는 건 금산 분리 (규제 완화)가 아니다. (대규모 AI 투자라는) 숙제를 해낼 수 있는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AI 투자 경쟁에 대해 최 회장은 “여태까지 보지 못한 숫자들을 각 나라가 투자하고 있다. ‘이게 말이 되나’라고 할 정도의 숫자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규모뿐만 아니라 속도의 게임도 있다. 누가 먼저 리딩 기업이 되느냐가 경제 안보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집중화된 자금과 플랜을 만들지 못하면 이 AI 게임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