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제조 산업에서도 AI(인공지능) 전환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 제조 기업 10곳 중 8곳은 AI를 경영에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은 투자 비용과 인력 확보 등을 이유로 AI를 도입하는 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고, 대부분 기업은 AI 도입의 효과에 대한 확신도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8일 ‘기업의 AI 전환 실태와 개선 방안’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 10월 2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전국 제조 업체 504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제조 현장에서도 ‘피지컬 AI(Physical AI)’ 등 도입이 논의되고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피지컬 AI는 AI를 소프트웨어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로봇·기계·센서·하드웨어 등 물리적 세계와 결합해 실제 행동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고령화, 인력난 등 제조 현장의 애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기술로 꼽히지만 현장에선 이런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AI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 수준을 묻는 질문에 기업의 73.6%는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특히 AI는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만큼 규모별 비용 부담 호소 비율은 대기업(57.1%)보다 중소기업(79.7%)이 높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의 한 제조 업체는 “생산 공정만 해도 AI로 전환하려면 데이터 축적을 위한 라벨·센서 부착, CCTV 설치, 데이터 정제뿐 아니라 이를 기획하고 활용하는 비용, 로봇 운영을 위한 맞춤형 설루션 구축, 관련 인력 투입 등 기존에 생각지 못한 자금이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 인력 부족도 그대로 드러났다. ‘AI 활용을 위한 전문 인력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80.7%가 ‘없다’고 응답했다. ‘AI 인력을 어떻게 충원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응답 기업 82.1%가 ‘충원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AI 인재는 2만1000명 수준으로 중국(41만1000명), 인도(19만5000명), 미국(12만명)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라며 “절대적 숫자도 적은데 그나마 있는 인재조차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AI의 효과성’에 대한 확신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전환이 성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 60.6%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답했다. 보고서는 “AI 전환에 적지 않은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제조업 특성상 투자 대비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대한상의는 “많은 제조 기업이 AI의 ‘성능’을 체감할 수 있도록 실증 모범 사례가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제조 업체가 밀집돼 있는 지역에서 제조 AI 모델 공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AI 도입률이 낮은 기업에는 단순 자금 지원, 장비 보급보다는 ‘AI 도입 전(前)-중(中)-후(後)로 나눠 단계별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도입 전 단계에서는 업종과 규모별로 적합한 AI 활용 모델을 설계해 주는 컨설팅을, 도입 단계에서는 데이터 수집·정제, 알고리즘 적용 등 실무 중심의 기술 지원을, 도입 후 단계에서는 기업 내 실무자가 지속적으로 AI를 운용할 수 있도록 실습 교육 및 현장 멘토링 체계를 구축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