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찾은 중국 허난성 정저우(鄭州)시는 더 이상 ‘아이폰의 도시’가 아니었다. 애플의 최대 위탁 생산 업체 폭스콘 공장 덕분에 한때는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 기지였지만, 애플이 생산량을 인도 등으로 이전하면서 스마트폰 조립 비율이 줄어든 것이다. 그 자리를 채운 건 전기차와 배터리였다.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약 20%), 배터리 시장 2위(약 18%)를 차지하고 있는 BYD(비야디)가 정저우를 ‘전기차의 도시’로 바꿔 놓고 있었다.
BYD는 지난 13일 정저우 공장을 한국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2023년 가동을 시작한 이 공장은 BYD의 중국 공장 8개 중 가장 크다. 부지 면적만 10.67㎢(약 323만평), 축구장 약 1500개에 달한다. 완성차 4대 공정인 프레스·용접·도장·총조립이 이뤄질 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와 모터, 파워트레인, 시트까지 모두 자체 생산한다. 한 공장 안에서 집약적인 수직계열화를 달성한 것이다.
◇‘규모의 경제’… 스마트 설비는 과제
세계 1위 회사의 최대 규모 공장은 압도될 정도로 거대했다. 이 공장은 중국식 ‘속도전’의 상징이었다. 2021년 9월 착공해 단 17개월 만에 가동을 시작했다. BYD 측은 “1분에 친환경차 1대, 3초에 배터리 1개가 생산된다”고 했다. 2023년 20만대였던 생산량은 지난해 55만대로 크게 늘었고, 현재 6만명이 일한다.
하지만 스마트 공정 전환은 아직 진행 중인 과제로 보였다. BYD 측은 “용접 공정 자동화율이 98%에 달한다”고 했지만, 생산 라인 곳곳에서는 부품을 사람이 옮기고 직접 용접하는 모습이 보였다. 내수 시장 포화의 여파도 느껴졌다. 수출 조립 라인에서는 중형 전기 SUV ‘송L’과 중형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픽업트럭 샤크6가 생산 중이었지만, 불이 꺼진 라인도 곳곳에서 보였다. 최근 중국 내 전기차 공급 과잉이 생산 현장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였다.
◇내수 부진에 “기술은 왕” 해외 공략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기술 총력전이었다. 선전 BYD 본사 전시장과 정저우 BYD 자동차 박물관 ‘디스페이스(DiSpace)’의 테마는 기술력이었다.
선전 전시장에는 엔지니어 출신 창립자 왕촨푸 회장의 지론인 ‘기술은 왕이고, 혁신은 기본이다(技术为王 创新为本)’라는 문구 아래 ‘특허의 벽’이 서 있었다.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 확보한 특허증 수백 장이 벽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BYD 측은 못으로 관통시켜도 불이 나지 않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안전성 검사 현장도 공개했다.
정저우의 전기차 전용 드라이빙 센터에서는 SUV 전기차 ‘U8’가 최대 수심 1.8m 수조 안을 주행했다. 차체 무게만 3.5t에 달하는 차량이 바퀴가 닿지 않는 상황에서도 시속 3㎞로 움직이며 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방수·방진을 적용해 최대 30분간 물이 한 방울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5분 충전으로 400㎞ 주행이 가능한 ‘메가 차지’ 충전도 시연했다. BYD 관계자는 “엔지니어 12만명이 연구소 11곳에서 기술 개발에 매진한 결과”라고 자부했다.
내수 시장에서 성장의 고비를 맞은 BYD는 판매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주가도 지난 5월 고점 대비 30% 이상 빠졌다.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BYD는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연간 판매 목표를 550만대에서 460만대로 16% 낮췄지만, 수출량은 전년 41만7000대 대비 두 배 수준인 10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티그룹은 최근 “BYD가 해외 판매 목표를 내년 150만~16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BYD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한국에서 출고한 SUV ‘시라이온’은 10월 한 달에만 825대가 팔렸다. BYD는 테슬라에 이어 수입 전기차 판매 2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