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올해 3분기(7~9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개 분기 연속 흑자다. 당기순이익도 한전이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를 현대차그룹에 팔면서 9조2700억원대 흑자를 거둔 2015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 같은 ‘깜짝 실적’에도 천문학적인 규모의 누적 적자와 부채 문제는 여전하다. 또 올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은 사실상 무산됐고, 비용을 좌우하는 국제 천연가스(LNG)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수준까지 올랐다. 이재명 정부가 ‘탈원전 시즌 2’로 불리는 감(減)원전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나서면 한전의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급등한 산업용 전기료를 견디지 못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직접 도매로 전기를 사다 쓰겠다는 기업이 더 늘어나면, 전력 판매 실적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잠재적인 악재다.
◇산업용 전기료 올려 ‘최대 실적’
13일 한전은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조65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4% 올라 역대 분기 중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2016년 3분기(4조4241억원)를 넘어섰다. 매출도 27조5724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통상 한전은 여름철 무더위 여파로 전력 판매량이 급증하는 매년 3분기마다 ‘특수’를 누려왔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평균 9.7% 인상한 산업용 전기 요금 효과가 본격 반영되면서 실적을 더욱 끌어올렸다. 3분기 한전이 전기를 팔아 거둔 수익은 전년 대비 1조4518억원 늘었다.
비용이 줄어든 것도 호재였다. 발전 업무를 맡는 한전 자회사들이 3분기에 낸 연료비는 5조5008억원으로 1년 만에 1조2239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81.7%였던 원전 이용률이 올해 86.5%까지 늘면서 값싼 원전의 발전량이 늘었고, 비교적 비싼 LNG 발전량이 줄어든 결과다. 한전이 민간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살 때 내는 구입전력비는 1년 새 약 4000억원 감소했다. 석탄과 LNG 가격이 최대 22%까지 하락하면서 전력 도매가격(SMP)이 작년보다 10.9% 낮아진 영향이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는 “국제 유가와 LNG 가격이 안정화됐고 산업용 전기 요금이 오르면서 한전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국가 경쟁력을 고려해 산업용 전기 요금은 합리적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재무 개선 ‘난망’
사상 최대 ‘호실적’에도 한전의 앞길이 ‘첩첩산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이후 올 3분기까지 누적된 적자는 연결 기준 23조1000억원에 달한다. 부채도 올 상반기 말 기준 206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재명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에 소극적이고, 단가가 비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과 신재생에너지의 급격한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전기 요금 인상은 억제했던 문재인 정부 때처럼 한전의 재무 상황이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력 직거래를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 전력 판매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
전기 요금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국제 LNG 가격이 최근 급등한 것도 부담이다. 미국 LNG 선물 가격은 약 3개월 만에 60% 이상 급등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초기 수준까지 올랐다. 정용헌 아주대 교수는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라며 “국내 전기 요금의 원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성봉 숭실대 초빙교수(전력산업연구회장)는 “5조원대 영업이익은 누적 적자에 비하면 경미한 수준”이라며 “오르는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