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지난 9월 황주호 사장 사임 이후 차기 사장 선정을 위한 공모 절차를 시작합니다. 한수원 사장은 국내 원전 26기를 운영하고 원전 생태계 유지 및 수출을 주도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정계와 업계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 가운데 원전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표명해 온 경력자들이 적지 않아, 한수원과 원자력 업계가 당혹스러운 분위기입니다. 현 정부의 원전 축소 기조가 한수원 수장 인선에도 영향을 주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대부분 원전 분야 전문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이사와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의 경우도 모두 원자력 연구자 출신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 원전 안전성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원전 수명 연장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역시 후보로 언급되는 박원석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상대적으로 친(親)원전 성향으로 평가됩니다만, 박 전 원장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원자력연구원장에 임명돼 탈원전 정책 기조에 동참한 이력이 있습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원전을 전혀 모르는 인사가 오면 배우려는 자세라도 기대할 수 있지만 ‘전향한 전문가’는 신념이 강해 원활한 소통과 정책적 협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돌아선 원전 전문가들이 더 무섭다’는 얘기입니다. 원전 산업에 대한 지식 위에 비판적 시각을 더한 전문가가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될 경우, 조직 운영과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심각한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한수원 내부의 우려입니다. 산업통상부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원전 수출 업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미국은 물론 수년 전 탈원전을 시도했던 유럽까지도 지금을 원전의 ‘골든 에이지(Golden Age·황금기)’라 부르면서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수요를 감당할 채비를 하고 있다”며 “이런 시기에 지혜로운 정부라면 우리 원전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세계를 상대로 세일즈할 역량을 지닌 전문가를 1순위 후보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